[요즘 유행 탐구] 밑줄 긋고 댓글 달며… 책 돌려 읽는 ‘교환독서’
교환독서 후기 조회 수 169만회
“독서의 쓸쓸함 줄고 재미는 2배”
서울에 사는 취업 준비생 김진(25)씨는 최근 친구 여섯 명과 클레어 키건의 소설 ‘너무 늦은 시간’을 함께 읽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는 문장이 쓰인 페이지에 “내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어”, “‘단순한 열정’(아니 에르노)이 생각나”, “WOW” 같은 메모가 줄줄이 이어졌다. 김씨의 책 곳곳에는 댓글 같기도 주석 같기도 한 글씨들이 쓰여 있었다. 김씨는 “혼자 책을 읽는데도 친구와 함께 읽는 느낌”이라며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좋다”고 했다.

같은 책 한 권으로 여러 명이 돌려서 읽는 이른바 ‘교환 독서’가 유행이다. 각자 다른 색 펜으로 메모를 해가며 읽는 게 포인트.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감상을 남기고 다음 순번에게 넘긴다. 앞선 사람들의 메모를 읽으며 덧붙여가다 보면 세상에 하나뿐인 ‘교환 독서 에디션’ 한 권이 탄생한다.
교환 독서는 X,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문화. 지난 3월 X에 올라온 ‘급류 교환 독서 후기’ 게시물은 조회 수가 169만이다. 정대건의 소설 ‘급류’ 속 한 페이지에 “너 미쳤어” 같은 여러 댓글을 써 놓은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교환 독서 하기 좋은 책 리스트’, ‘교환 독서 하는 법’ 같은 게시물들이 줄을 잇는다.
교환 독서가 인기를 끌자 출판사들은 아예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지난달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함께 만든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가 함께 교환 독서를 하고 이벤트를 열었다. X에서 책을 리트윗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교환 독서한 책을 증정하는 행사였다. 팔로어 100명 정도의 작은 계정에서 조회 수가 2만회 넘게 나왔다. 추첨을 받은 독자는 수령한 책으로 다시 교환 독서를 이어 나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홍보할 때 “교환 독서가 새로운 놀이로 유행하고 있다”며 “교환 독서처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사랑하는 분들을 위한 축제”라고 했다. 유튜브 민음사TV(구독자 34만)에는 이달 ‘출판사 직원 4명의 교환 독서 챌린지’ 영상이 올라왔다. 독립 서점에선 교환 독서 책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왜 책을 돌려 읽을까. 교환 독서 애호가들은 “독서의 쓸쓸함은 줄이고 재미는 배가시키는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 인플루언서인 하유정(닉네임 ‘파도’) 흐름출판 마케터는 “영화는 함께 본 친구와 바로바로 떠들 수 있지만 책은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고독함이 있었다”며 “친구들과 교환 독서를 해보니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처럼 독서를 새롭게 경험하는 느낌을 받았다. 구병모 작가 교환 독서 정주행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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