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도… 기업들 ‘키즈 시장’에 베팅한다

석남준 기자 2025. 9. 2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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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위축 장기화되고 있지만
키즈 관련 상품에는 지갑 열어

패션 플랫폼 29CM는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키즈 편집숍 ‘이구키즈 성수’를 열었다. 20~30대 소비자가 주축인 성수동에 유아복 매장이 생긴 데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개점 사흘 만에 5000명이 찾았다. 한 아동복 브랜드의 제품은 사흘 만에 6000만원어치가 팔렸다.

매일유업은 최근 생후 100일까지 신생아를 위한 프리미엄 분유 신제품 ‘앱솔루트 산양 100′을 출시했다. 매일유업이 분유 신제품을 내놓은 건 7년 만이다. 백화점들은 앞다퉈 키즈관을 재단장하고, 패션 업체들은 키즈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7월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8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0.04명 늘었을 뿐 여전히 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에도 기업들이 키즈 시장에 베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 업계에서는 소비 위축 장기화 속 키즈 관련 상품에는 지갑이 열리고 있어, 기업들이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소비 침체 속에서도 키즈 관련 상품에는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 업계가 ‘어린이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맨 위쪽은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문을 연 덴마크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 ‘콩제슬래드’의 국내 첫 매장. 가운데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무신사 29CM의 키즈 편집숍 ‘이구키즈 성수’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는 모습. 아래쪽은 세종 나성동에 있는 스타벅스 세종예술의전당점으로, 내부를 키즈카페처럼 꾸몄다./롯데백화점·29CM·스타벅스코리아

◇신제품 쏟아지는 키즈 시장

패션 기업 한세엠케이는 유아복 브랜드 모이몰른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신생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미니모이’ 라인을 시작했다. 속옷 브랜드로 잘 알려진 BYC는 지난 4월 아동복 브랜드 ‘코코모메’를 선보였다.

패션 기업들은 이른바 ‘같이 입기’ 전략도 쓰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브랜드에서 비슷한 라인의 옷을 맞춰 입을 수 있도록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헤지스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부터 주력 라인의 상품군을 남녀 캐주얼에서 키즈 라인으로 확장한다. LF 관계자는 “자녀와 함께 맞춰 입는 패밀리 룩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무신사 스탠다드 등도 키즈 라인을 만들고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키즈 시장에 기대를 걸고 투자하는 기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인천점에 3305㎡(약 1000평) 규모의 프리미엄 키즈관을 재단장해 공개했다. 키즈 카페, 대형 가족 휴게실, 유모차 클리닝 기기와 함께 30여 아동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잠실점에는 덴마크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 ‘콩제슬래드’의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유아 전용 식기, 수유 공간, 기저귀 교환대를 갖춘 세종예술의전당점을 열었다. 어린이 도서 200여 권까지 마련해 키즈 카페처럼 꾸몄다. 편의점 CU도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7세 이하 전용 과자 ‘밀크쿠키’와 ‘치즈밀크쿠키’를 내놨다.

◇저출산 시대, 역발상 투자

저출산 시대에 기업들이 키즈 시장에 힘을 싣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 수는 줄지만, 한 아이에게 쓰는 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어서다. 실제 롯데백화점 키즈 상품군 매출은 올해 1~8월 기준 작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유아동 전문 몰 보리보리에 따르면 올해 1~8월 백화점 입점 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카테고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성장했다. 매일유업의 경우 분유를 크게 일반(2만원대), 중가(3만원대), 프리미엄(4만원대)으로 분류하는데, 판매 금액 기준 2020년 6%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분유의 비율이 올해는 27%로 치솟았다.

키즈 시장에 힘을 쏟는 현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는 지난해 8월부터 유아용품 전문점 베이비 저러스(Babies R Us)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매체 CNBC는 “유아용품을 사러 온 젊은 가족들이 다른 소비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글로벌 유아복 시장이 2034년까지 연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석 기관 글로벌 데이터는 “선진국의 출산율 감소가 있지만, 부모들이 프리미엄·친환경 제품을 더 선호하면서 키즈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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