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재 하나로 셧다운, 이게 ‘최고 디지털 정부’ 전산망

2025. 9. 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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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정부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불이 나면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일제히 마비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화재 하나로 정부 전산망이 모조리 '셧다운'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조속한 복구에 최선을 다하되, 화재 원인부터 국가 전산망 관리 구조, 그리고 재발 방지책까지 총체적 점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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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우편ㆍ금융 서비스 차질이 생긴 가운데 28일 서울 시내 한 우체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정부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불이 나면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일제히 마비됐다. 주말이었음에도 시민들은 민원서류가 발급되지 않아서, 우체국 금융과 택배를 이용할 수 없어서, 모바일신분증 확인이 되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화재 하나로 정부 전산망이 모조리 ‘셧다운’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불은 26일 오후 8시20분께 5층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국가 전산망 주요 정보를 담은 서버와 함께 있던 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를 지하로 분리 이전하는 작업 중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화재로 서버의 급속한 가열이 우려된다"며 전체 서버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불은 22시간 만에야 잡혔다.

이번 사고는 ‘디지털 정부’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전산실 한 곳에 불이 났다고 국가 행정 서비스가 먹통이 된다는 건 상식 밖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정자원에는 총 1,600개 정부 업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있는데 이 중 40%가량인 647개가 대전 본원에 있다. 광주·대구센터에 데이터 백업은 해놓았다지만, 한곳에서 사고가 나면 다른 곳에서 곧바로 이어받아 시스템을 작동하는 운영체계 이중화 장치는 없었다.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정부가 다중화 서버 구축 등을 요구해 놓고 정작 정부는 예산 탓을 하며 차일피일 미뤄왔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허술한 안전 관리와 인식도 여실히 드러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장시간 물에 담가 놓아도 잘 꺼지지 않을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다. 지금까지 이 배터리를 서버와 60㎝ 간격으로 두고 있었다는 건 화구 바로 옆에 기름을 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사용 연한(10년)마저 1년 이상 넘겼다. 2년 전 정부 전산망 장애 발생 후 “3시간 이내 장애 복구”를 약속하더니, 지금은 “일반 장애가 아니라 화재로 인한 것이어서 다르다”고 발을 빼고도 있다.

정부는 위기상황본부 가동에 이어 곧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대응 기구를 격상했다. 갈수록 사이버 안보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화재는 전산실 한 곳만 해킹하거나 폭파하면 나라 전체를 멈춰세울 수 있다는 끔찍한 경고에 가깝다.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조속한 복구에 최선을 다하되, 화재 원인부터 국가 전산망 관리 구조, 그리고 재발 방지책까지 총체적 점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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