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전산망 마비, 재생에너지 무분별 확대에 보내는 경고음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가 가동 중단됐다. 사실상 국가 행정이 마비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전산 시스템 96개를 제외한 나머지 551개는 우선 복구하겠다고 하지만 언제 복구가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여서 당분간 국민 불편이 클 전망이다.
우선 제대로 된 전산망 이중화 장치가 있었다면, 전산실 1개에 불이 났다고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쪽에서 사고가 나면 다른 쪽이 곧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비해 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2022년 카카오톡이 화재로 마비됐을 때 전 국민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국가 전산망은 카카오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당시 카카오톡에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놓고 정작 정부는 2년여간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복구가 오래 걸린다는 건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컴퓨팅 서버, 네트워크만 아니라 냉각 장치, 화재 방지 장치 같은 부대 장치까지 모두 이중화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 이런 기초적인 대비조차 안 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역 분원에 데이터 백업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를 가동할 시스템이 부족해 행정 서비스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국가 전산망 마비는 정부의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에 대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대전 전산실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작은 화재지만 완전히 진화하는데 22시간이나 걸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진화하는 방법은 현재 다량의 물을 뿌리거나 수조에 담가 냉각시키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며 ‘초대용량 배터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이라는 재생에너지 단점을 극복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ESS의 위험성을 재확인해 주었다. 충분한 ESS 없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포수 없이 투수만 늘리는 것과 같다. 신규 원전 건설, 기존 원전 수명 연장에 소극적인 현 정부가 이번에 현실을 깨닫는다면 그나마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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