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2의 외환위기' 터지면 어느 부처가 책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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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투자 압박 때문에 환율이 치솟고 있는데 경제 컨트롤타워의 힘을 빼놓으면 위기 대응은 누가 할지 불안하네요."
한 기재부 과장은 "당장 다음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부터 부처 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고 삐그덕거리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며 "정책 비효율성은 둘째치고 위기 대응 능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한 1994년 조직 개편 때문에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다"는 원로들의 경고를 허투루 들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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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 대응 능력 약화 우려
남정민 경제부 기자

“미국의 투자 압박 때문에 환율이 치솟고 있는데 경제 컨트롤타워의 힘을 빼놓으면 위기 대응은 누가 할지 불안하네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는 선불(upfront)”이라고 못 박은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한 채권시장 전문가가 한 말이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최약체 경제사령탑이 탄생했다. 경제정책 3대 핵심 수단으로 불리는 재정, 금융, 세제는 뿔뿔이 흩어졌다. 부총리 부처인 재정경제부에는 세제 기능만 남아 ‘세제경제부’라는 별칭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외 상황은 한국의 최약체 사령탑을 배려해 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할 경우 4100억달러 수준인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곧장 바닥을 드러낸다. 이재명 대통령도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은 이런 우려를 곧바로 반영했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었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위기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바로 경제 컨트롤타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상을 하고,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고, 기업 구조조정 등의 실무를 모두 조율한 주체가 기재부였다. 2008년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지난 코로나19 때 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와 신속히 정책을 조정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짜내고, ‘K방역’을 위해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에 빠르게 예산을 지원하고, 행정안전부와 협업해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한 것도 기재부다.
이번 조직 개편은 그런 기재부의 손발을 잘라냈다. 한 기재부 과장은 “당장 다음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부터 부처 간 입장이 조율되지 않고 삐그덕거리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며 “정책 비효율성은 둘째치고 위기 대응 능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정부조직 개편은 단순한 행정구조 조정이 아니다.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의 설계도를 다시 짜는 일이다. 경제위기 발생 시 컨트롤타워 작동 방식을 결정짓는다. 일개 기업의 인수합병(M&A)도 수차례 검토와 자문을 거치는데, 국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조직을 잘못 개편했다간 위기 대응은커녕 위기 진원지가 정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한 1994년 조직 개편 때문에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다”는 원로들의 경고를 허투루 들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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