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청년 “우리를 위해 나왔다, 포기 않고 기후정의 연대”

시민 등 3만여명 광화문 집결, 마이크 잡고 기후위기 역행 정부 질타
‘올해의 걸림돌’에 산업부·오세훈 서울시장·이스라엘 정부 등 선정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100년도 못 버틸 거예요. 어른들이 기후위기를 멈출 수 있게 도와주세요.”
늦더위의 열기가 남은 지난 27일 오후 2시. 시민들이 저마다 간절함을 품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동십자각 앞에 모였다. 올해로 5번째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초등학생 한서후(13)도 그중 한 명이었다. 서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안고 광장에 나왔다고 했다.
행진에는 653개 환경·노동·종교 단체 관계자, 추진위원 1500여명, 시민 등 3만여명이 참가했다. 최은서(13)에게 기후정의행진은 귀찮고 힘들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시끄럽고 힘들어요.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정말로. 우리를 위해서 나온 거니까요”라고 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의 표어는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였다. 참가자들은 광장 곳곳에서 손팻말을 들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각자가 생각하는 기후정의를 말했다. 고등학생 청예(활동명)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사태 이후 꾸준히 광장에 나온다고 했다. 한 달에 세 번 이상 다양한 투쟁 현장을 찾아다닌다. 청예는 “요즘 청소년,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받는 감정은 ‘허무’”라며 “살기 힘든 세상인데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 해도 결국 기후위기로 죽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지는 않다”며 “살아 있는 한 최대한 연대와 투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에게 서명을 받는 활동가들에게 이 행사는 귀한 ‘대목’이다. 대학생 김보민씨는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서명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분이 많은데, 오늘은 거절하는 분이 한 분도 없었다”며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여기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본 집회가 시작되자 농민, 노동자, 환경운동가, 인권활동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올해의 기후정의 걸림돌’ 선정 결과도 눈에 띄었다.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토교통부, 오세훈 서울시장, 글로벌 농기업인 몬산토 바이엘, 이스라엘 정부 등이 기후재난 위기를 심화시킨 주체로 선정됐다.
시민들이 신고한 13개 후보 가운데 투표를 통해 기후정의행진이 내건 6대 요구안별로 하나씩 선정한 결과였다. 올해 기후정의행진 요구안은 기후정의에 입각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실행,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 및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사회 공공성 보장, 농업·농민의 지속 가능성 보장,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 등 6가지였다.
조직위는 “산업부는 NDC 강화를 적극적으로 방해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의 거수기 역할을 했으며, 국토교통부는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어 “오 시장은 공공성과 돌봄 서비스를 후퇴시켰고, 몬산토 바이엘은 유전자변형생물체(GMO) 확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집단학살과 생태계 파괴, 대량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했다”고 했다.
본 집회에 이어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서울시청 광장을 거쳐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농민과 에너지 공공성, 평화, 생태돌봄 등 주제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응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올해도 사이렌 소리에 맞춰 도로 위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반기웅·오경민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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