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투자 선불" 트럼프 발언에... 정부서 "동맹 재정의 필요" 견해도

이성택 2025. 9. 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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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493조 원)와 관련해 "선불"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양국 간 관세 협상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 '노딜'은 물론 주한미군 축소 등 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보복을 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열어 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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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투자 비중 축소' 요구에 美 싸늘
미 측 요구 전면 수용 선택지서 지워
'노딜+안보 보복' 가능성도 열어둬
이 대통령 "자주국방" 강조한 배경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B-2 스텔스기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백악관 제공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493조 원)와 관련해 "선불"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양국 간 관세 협상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 '노딜'은 물론 주한미군 축소 등 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보복을 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열어 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금 투자 비중 줄여달라' 우리 요구에 싸늘한 반응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에 대해 "평소에 하던 말을 반복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협상용 레토릭(수사법)에 가깝다고 보면서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국 측이 한국 측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3,500억 달러 투자 방식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를 부를 수 있는 현금 투자 비중은 줄이고, 무제한 통화 스와프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미국 측의 싸늘한 입장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포함한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크게 네 가지다. ①상식선의 원만한 합의 도출 ②관세 협상을 '노딜'로 끝내고 25% 고율 관세 이외 불이익은 받지 않는 방안 ③미국 측 요구 전면 수용 ④'노딜' 결과로 안보 분야에서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 측 요구 전면 수용'은 선택지서 지워

일단 정부는 ③을 선택지에서 지웠다.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한국의 경제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27일 채널A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에 대해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선을 그었다. ②는 차악에 해당한다. 고율 관세는 부담이지만 미국에 투자할 돈을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 데 돌림으로써 보호무역에 대비할 수 있다.


'노딜+안보 보복' 가능성도... 李 '자주 국방' 강조 배경

문제는 ④이다. 미국이 노딜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핵 억제력을 더는 제공하지 않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④의 가능성은 정부에서도 언급을 꺼려왔지만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며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를 지적하며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완전한 자주국방 태세를 신속히 갖춰 나가겠다"고 언급한 배경으로 전해진다. 재래식 전력 강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우리 스스로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지만, 북한 선의에 기댄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세 협상은 동맹의 미래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미국 측에 '돈 문제에만 연연하지 말고 동맹의 미래 모습을 함께 고민하자'는 의견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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