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입찰’에 경매 불확실… 처벌보다 한참 더딘 ‘회복’

고건 2025. 9. 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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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피해자들 악몽은 여전

500여명중 대부분이 구제 안돼
LH 매입후 ‘차익’ 지원도 부진
민간 채권자들, 낙찰가 올린 탓

2년 전 700억대로 전례 없는 전세사기 피해에 각종 대책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로 피해 회복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주로 중개됐던 수원시 한 공인중개사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무자본 갭투자 방식 전세사기의 심각성을 세간에 알린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주범이 법정최고형을 선고받았지만, 500여명의 피해자들 대부분은 여전히 구제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2년 전 700억대로 전례 없는 피해 규모에 각종 대책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로 피해 회복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 주범 60대 정모씨에게 “피고인의 어이없는 주먹구구식 사업 운영으로 인해 500명이 넘는 피해자가 760억원 상당의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형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이며 지난해 기준 조직적 전세 사기범의 평균 선고형량이 징역 7.7년인 점을 고려하면 통상 양형기준 이상의 중형이 선고된 셈이다. 공범인 아내와 아들은 각각 징역 6년, 4년이 선고됐다.

당시 1심 판결문을 보면, 정씨 일가는 2012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10년 이상 아내와 아들 등 가족 명의 및 법인을 이용해 건물 46개 동 총 788세대, 대출금 합계가 744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벌였다.

이들이 벌인 ‘사업’은 일반적인 경영 행위가 아닌 갭투자 방식의 부동산 임대사업이다.

문제는 자기 자본은 거의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이용해 매매대금 전액을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을 수익으로 챙기는 무자본 갭투자 행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매입한 주택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 전세’가 돼 버렸고, 보증금 상환을 요구하는 임차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등의 리스크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

같은 형량을 내린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이 지난 25일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형사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피해의 조직적 전세사기가 중대한 범죄라는 경각심을 일으켰지만, 피해자들의 회복 지원은 굼뜬 상태다.

현재 정씨 일가의 피해자 500여명 중 대부분은 아직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피해액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이 받지 못한 보증금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2억5천만원 정도까지 다양하다.

경매 과정에서 민간 채권자들의 ‘방어입찰’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특별법에 따라 LH가 경매에 나온 피해 주택을 낮은 가격에 낙찰받고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을 피해자에게 지원하고 있는데, 선순위 근저당권을 가진 민간 채권자들이 전세사기 매물인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낙찰가를 끌어 올리는 행위가 방어입찰이다.

수원 구도심에 밀집된 피해 주택 중 다수인 위반 건축물, 생활숙박시설, 오피스텔 등도 지난해 11월에서야 지원 대상에 포함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재호 전세사기 피해자 경기대책위원장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제서야 경매가 끝나가거나 실질적인 지원을 거의 못 받은 상태”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로 선정되는 것부터 경매 과정까지 모두 힘든 과정을 거쳐 왔다. 정씨 일가의 범죄로 피해자들은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고,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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