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식탁이 던지는 질문

최명진 기자 2025. 9. 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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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자 트레이시 해리스·테리 깁스 공저 ‘정의로운 식탁’
노동 착취·폭력의 구조 낱낱이 파헤쳐
산업화된 식품 시스템의 민낯 고발
불평등 넘어선 음식정의·공존 제시
우리의 먹는 행위를 둘러싼 계급·인종·성·종 차별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착취와 폭력, 생태 파괴를 낳는 글로벌 식품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이 발간됐다. 캐나다 학자 트레이시 해리스, 테리 깁스 저자의 ‘정의로운 식탁’(착한책가게刊)다.

저자 트레이시 해리스는 캐나다 케이프브레턴대학교 사회학 부교수로 음식 생산과 소비가 사회 구조와 맺는 관계, 지속가능한 주거와 공동체 구축, 비인간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연구해왔다.

동료인 테리 깁스는 같은 대학 정치학 교수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세계시민권을 연구하며 최근에는 연구 범위를 비인간동물과 자연으로 확장했다. 두 저자는 함께 동물 윤리 프로젝트를 수립해 교육과 옹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산업화된 생산 구조 속 비인간동물이 상품화되는 현실과 그 과정에 내재된 구조적 폭력을 낱낱이 파헤치며 음식정의가 어떻게 사회정의와 기후정의와 연결되는지를 탐구한다.

책은 불평등과 노동 착취, 폭력의 구조를 넘어 생명과 공존의 식품 시스템을 상상하도록 독자를 이끈다.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 양 측면에서 육류산업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해로운 영향을 분석하고 동물의 노동과 저항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체제가 동물과 인간 모두를 어떻게 착취하는지 드러내면서 ‘음식정의’는 곧 정의로운 세상의 문제라는 주장을 펼친다.

특히 책에서는 음식정의가 생물다양성 파괴, 종의 대량 절멸,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토지·물 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분야라는 국제기구들의 경고를 환기하며 탄소 배출과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인 식품 시스템의 혁신적 전환을 촉구한다.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할 극단적 이상 기후 속 근본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산업화된 식품생산 시스템에서 동물의 삶은 잔인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 과밀한 사육 공간, 강제적 신체 변형, 수평아리 살처분, 꼬리 자르기, 임신틀에 갇힌 돼지, 착유에 시달리는 젖소의 삶이 그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동물복지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식민·자본주의 역사 속 학대와 연결해 바라본다. 동물을 자본주의 체제하의 ‘노동자’로 이해하는 접근은 생산의 주체이자 착취를 거부하는 존재로서 동물을 재인식하게 만든다.

식품 시스템에 종사하는 인간 노동자들의 현실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미등록 이주 노동자 의존, 폭력적 노동 환경은 동물 학대와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

책은 ‘돌봄-살해 역설’과 ‘경계 노동’이라는 사회학적 개념을 소개하며, 돌봄과 살해가 공존하는 모순적 노동 환경이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안긴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어떤 식품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이 책은 온정과 정의가 구현된 음식정의의 길을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하며,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폭력과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도록 이끈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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