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강릉의 물 위기, 수돗물값 올리는 대책과 내리는 대책

경기일보 2025. 9. 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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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물 위기는 단순히 한 도시만의 불운이 아니다.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제한급수가 이어지는 모습은 한국 물 관리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산에 '물모이(작은 웅덩이)'를 촘촘히 만드는 것은 빗물관리를 한층 확장하는 길이다.

강릉의 물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선택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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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물과생명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강릉의 물 위기는 단순히 한 도시만의 불운이 아니다.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제한급수가 이어지는 모습은 한국 물 관리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것은 주로 ‘공급형 대책’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을 짓거나 외부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들어가고 에너지 사용으로 탄소 배출도 늘어난다. 결국 비용은 시민들의 수도요금으로 돌아온다. 쉽게 말해 공급 중심 대책은 수돗물값을 올리는 길이다.

이에 비해 ‘수요관리 대책’은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가정과 상점에 아직도 남아 있는 13ℓ 구식 변기를 6ℓ 절수형으로 바꾸면 절반 이상의 물을 아낄 수 있다. 빗물이나 중수를 화장실 세정수로 활용하면 수도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다. 이렇게 하면 수도요금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물을 아껴 쓰는 일이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탄소와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돈 버는 대책’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빗물 관리’다. 강릉은 연간 13억t의 빗물이 하늘에서 쏟아지지만 대부분은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단 몇 %만 받아 써도 물 부족 문제는 훨씬 완화될 수 있다. 빗물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로컬 워터(local water)’이자 가장 깨끗하고 민주적인 자원이다. 옥상과 운동장, 도로변에 소규모 빗물저류조와 침투 시설을 설치하면 생활용수는 물론이고 지하수 보충까지 가능하다.

특히 산에 ‘물모이(작은 웅덩이)’를 촘촘히 만드는 것은 빗물관리를 한층 확장하는 길이다. 불필요하게 산을 건드리는 임도와 사방댐 대신 빗물을 가둬두는 물모이를 만들면 산불 예방과 토양수분 확보, 지하수 충전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다. 비가 적게 올 때는 가뭄을 견디는 힘이 되고 많이 올 때는 흘러내리는 빗물을 늦춰 홍수를 완화한다. 산의 물모이는 강릉뿐 아니라 전국 산림에 적용할 수 있는 ‘자연형 저수지’인 셈이다.

더 나아가 빗물 관리는 물 문제만 풀지 않는다. 도심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에 떨어진 빗물을 잡아두면 열섬 현상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여름철 폭우가 와도 물을 가둬 두면 홍수를 줄이고 가뭄 때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쓸 수 있다. 물, 기후, 산불, 열섬까지 동시에 풀 수 있는 것이 바로 빗물 관리다.

공급형과 수요관리 대책은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먼저 절수와 빗물 활용으로 사용량을 줄이고 산과 도심에 물모이를 만들어 버려지는 빗물을 붙잡아야 한다. 그 다음 부족분을 공급으로 메우는 것이 순서다. 병에 물을 채울 때 새는 구멍을 먼저 막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릉의 물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선택지를 던진다. 우리는 수돗물 값을 올리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내리는 길을 택할 것인가. 공급 확대에만 의존하면 높은 요금과 기후 부담은 시민의 몫이 된다. 반대로 수요 관리와 빗물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 시민들이 오히려 혜택을 보는 길이 열린다.

물은 공짜가 아니다. 그러나 하늘이 준 선물을 지혜롭게 관리하면 값비싼 대가 대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만들 수 있다. 강릉에서 시작된 교훈은 전국이 함께 새겨야 한다. 물은 더 이상 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해답의 출발점이다.

강릉의 교훈은 분명하다. 이제 시민이 나서 빗물을 살려야 수돗물 값도, 우리의 미래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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