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문회 불출석’에…與 ‘대법원장 탄핵 카드’ 만지작?
민주당 “재판 영향 우려 없어” 반발…“마지막 기회” 경고도
李지지율 하락에 ‘역풍’ 우려도…전현희 “탄핵 아직 논의 안해”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통령에 이어 대법원장도 탄핵될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리는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조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 내 불만과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도 대응 수위를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26일 법사위에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 침해'를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에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합의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사법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증인으로 채택된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들도 유사한 취지의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복사·붙여넣기 불출석 사유서'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대선 직전인 지난 5월에도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었는데, 조 대법원장이 당시에도 △헌법 103조 △법원조직법 65조 등 같은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바 있어서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과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청문회 불출석에 이어 또다시 오는 30일 청문회에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불출석 의견서 뒤에 숨어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국회의 요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대법원의 판결(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사건)은 종결된 사안으로 영향을 미칠 우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청문회는 판결의 내용 자체가 아닌, 기록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조급한 판결과 그로 인한 대선 개입 의혹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이는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안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과 책임자 문책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는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기 위해서 하는 청문회가 아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초래한 사법부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소상히 해명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주장도 제기된다. 이미 조국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황운하 혁신당 의원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당은 지난 조 대법원장의 이재명 상고심에 대한 아주 이례적인 재판 때 탄핵 사유라고 보고 탄핵 소추안을 준비했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탄핵 추진, 특검 추진 이것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에 선을 긋지 않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론에 힘을 실었다. 또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규명 청문회에 대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 바꿔치기'를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이 즉각 조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빼들지는 미지수다. 최근 사법부를 향한 여당의 공세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 탓이다. 이에 향후 민심 추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등 후속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도부나 법사위에서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불출석 시 다시 증인으로 부르거나 고발하는 방식 등이 있는데, 수위를 어떻게 할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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