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송도국제마라톤] 빗줄기 뚫고 젖은 도로 위에 남긴 ‘열정의 기록’
전례없는 ‘우중 레이스’ 러너 1만4천명 질주
‘인천 달리는 변호사들’ 올해도 역시 발도장
시각장애인 70대 이기호씨·남아공 미카 참가
풍선 달고 페이스메이커 자처한 동호인들도

인천 송도국제마라톤대회 역사상 드물게 ‘우중(雨中) 레이스’가 펼쳐졌다. 빗속에서 만난 전국의 ‘러닝 크루’들의 표정은 상쾌해 보였다.
2025 송도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28일 오전 8시 30분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정문 앞에 집결해 ‘하프’ ‘10㎞’ ‘5㎞’ 부문으로 나눠 송도국제도시를 달렸다. 코스별, 세대별, 지역별로 다양한 참가자들의 면모가 달리기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올해 대회에는 지난해보다 1천명 많은 약 1만4천명이 참가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마라톤 동호회 ‘인천 달리는 변호사들’은 송도국제마라톤대회 단골 참가 단체다. 10년째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김유명 변호사(인천지방변호사회 고문)는 “송도국제마라톤대회 당일 비가 오는 건 동호회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며 “45명 회원 모두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말했다.
해군인천해역방어사령부 김범준(34) 소령은 “부대 안에도 ‘러닝크루’가 있어 달리기에 대한 인방사 구성원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간부뿐만 아니라 병사들에게도 마음껏 도심을 달리는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 올해 처음으로 단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체로 참가한 CJ 제일제당 길혜진(31) 과장은 “구성원들이 취미를 즐기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참가비를 모두 지원했다”며 “구성원들이 다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 가족들과 추억을 쌓았길 바란다”고 했다.
장애를 극복한 마라토너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이 송도국제마라톤대회 네 번째 참가라는 시각장애인 이기호(72)씨는 “평소에는 누구의 도움 없이 걷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넓은 도로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게 마라톤의 매력이라 생각한다”며 “가이드 러너와 연결된 끈을 우리는 ‘트러스트 스트링’이라 부르는데, 이 끈으로 하나가 돼 가이드 러너를 믿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국제대회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송도국제마라톤대회를 찾은 미카(28·남아프리카공화국)는 “비가 많이 와서 넘어질까 걱정했다”면서도 “체육관에서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과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대로변을 달리니 무척 신이 났다”고 했다.
198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인천사랑마라톤클럽에서는 이번 대회에 70여 명이 참가했다. 페이스 시간이 적힌 하트 풍선을 달고 있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 동호회 소속 김우일(37)씨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풍선을 달고 뛰는 것”이라며 “최근 클럽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회원이 건강하게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생 첫 마라톤으로 송도국제마라톤대회를 선택한 이도 많았다. 초등학생 아들, 아내와 대회에 참여한 김태원(41)씨는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며 “도심 속에서 비를 맞으며 달리는 첫 마라톤 대회라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하프 코스에서는 정경욱이 1시간18분18초로 남자 부문 정상에 올랐다. 2위는 지수권(1시간18분22초), 3위는 서재규(1시간18분32초)가 차지했다. 여자 부문은 김주연이 1시간26분25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송이슬(1시간27분01초)과 박솜이(1시간28분13초)가 뒤따라 들어왔다. → 표 참조

10㎞ 부문에선 김진철이 33분36초로 1위를 차지했고, 임태욱(35분19초)과 김태완(35분36초)이 뒤를 이었다. 여자 부문은 코시노 에리가 41분16초로 우승했다. 김신영(43분27초)과 이미선(44분08초)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취재팀
※취재팀=박경호 차장(문화체육부), 한달수 기자(정치부), 유진주 기자(경제부), 정선아 기자(사회부), 김용국 부장, 조재현 차장(이상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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