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亞데이터센터 허브로 부상한 일본

대한민국이 규제와 전력 공급 리스크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이 아시아의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 막대한 데이터를 모아 처리하는 필수 인프라다. 따라서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 지위를 놓치는 건 한국이 일본에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일본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24년부터다. 2022년 11월 ‘챗GPT’ 일반 공개 이후 생성형 AI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막대한 연산 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의 필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일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생성형 AI 툴의 폭발적 보급에 힘입어 2023년 670억달러에서 2032년 1조3040억달러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9년 6241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수요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2조8000억엔 규모였던 일본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6년 4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해 전력 인프라 정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정부·전력사·설비기업이 공동으로 송전망 및 변전소 확충, 재생에너지 연계, 마이크로 그리드(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구축 단계에 진입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까지 약 29억달러를 투입해 일본 내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며, 오라클은 향후 10년간 8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일본 기업 중에서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오픈AI와 손잡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오사카에 대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지는 인구가 집중돼 있는 대도시 근교, 토지 확보 용이성, 수해 위험이 낮은 지형적 특성, 전력망 인프라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런 기준에서 볼때 일본은 중국·대만·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안정적 인프라 거점으로서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안정돼 있다. 이런 조건이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을 아시아의 주요 데이터 허브로 선택하게 만들는 셈이다. 데이터센터가 한 곳 건설되면 송전망 등이 증강돼 경쟁사도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쉬워져 데이터센터 집적이 가속화된다.
일본의 수도권에서는 치바현 인자이시·시라이시, 도쿄 타마 지구, 카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가 데이터센터 집적지로 부상했으며, 간사이 지역의 미노우시·이코마시에도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홋카이도, 큐슈 등 지방 거점으로의 분산도 진행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메가 팹 건설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 홋카이도의 라피다스 공장은 가동 시 대규모 전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OCCTO(전력광역운영추진기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합산한 전력 수요는 2025년 36억kWh에서 2034년 514억kWh로 약 14배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예상 최대 전력 수요를 약 1억6459만kW(2034년도)로 추정하고, 전력 인프라 확대를 단순한 민간 차원의 사업이 아닌 국가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설정해 대응하고 있다. 전력 공급 능력 확대와 함께 송배전망 등 안정적 전력공급 체계 구축, 지방 분산형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을 적게 쓰는 그린 데이터센터 전환 지원, 안정적 전력공급 체계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1990년대 이후 반도체·TV·스마트폰 등에서 세계적 산업 트렌드에 올라타지 못해 뒤쳐졌다는 반성이 AI 시대 공격적인 행보의 바탕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처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까다로운 인허가,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 등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데이터센터 산업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전력 인프라와 국가 산업정책 전반의 방향성을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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