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로 北 못 움직여…국가보안법 개정쯤 돼야 믿을 것”
“韓, 정권마다 대북정책 뒤집혀
北선 교류 정상화에 불신 깊어
당장은 北보다 한·미 동맹 등
주변국과 관계 강화에 집중을”
“END(교류-정상화-비핵화) 구상은 과거처럼 당근만 제시하는 방식인데, 이제 북한은 ‘교류하자’는 말만 믿고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박근혜정부 때 금강산 관광 중단, 이명박정부 때 개성공단 철수 등의 사례를 겪으며 소위 ‘햇볕정책’의 지속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만수로프 교수는 지적했다. 적어도 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지켜보며 대북 유화 정책의 진정성을 판단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협상력이 커진 북한 입장에서 한·미와의 대화가 그리 급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지점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미 체제 생존의 보장이 걸린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구상은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만수로프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핵을 내려놓으면 차기 한국 정부가 정책을 바꿀 경우 북한은 무방비가 된다”며 “핵을 가진 순간 협상 우위에 섰는데, 이 상태를 바꾸려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북한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비핵화 목표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물론 “END라는 약자 역시 무엇을 끝내자는 어감이라 북한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만수로프 교수는 분석했다. 협상을 하자는 제안이라면 ‘새로운 시작’을 연상시킬 긍정적 언어를 써야 하는데 ‘끝’을 강조한 건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만수로프 교수는 지난 30년간 시도한 대북 압박, 보상, 혼합책 모두 실패한 것을 짚으며 “현 상황을 바꾸기엔 피로감이 너무 크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차라리 당분간은 잠시 북한을 내버려두고 한·미 동맹과 주변국 관계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이 ‘비핵화는 일단 제쳐두고 교류·관계 정상화부터 하자’고 한다면 북한에 훨씬 매력적일 것”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도 교류부터 하는 건 비핵화 목표를 흐릿하게 한다는 비판과 안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수로프 교수의 분석은 ‘이보다 더 전향적으로 비핵화를 내려놓는 것이 오랜 교착 상태를 풀 진짜 현실적인 안’이 될 것이란 내용이다.
만수로프 교수는 “(북한 핵 보유국 인정은) 이미 불가피하다”며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했고, 중국도 ‘한반도 전체 비핵화’라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미국 쪽에 치우치는 걸 불편하게 여기며 한국까지 포함한 비핵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런 다자 협상 구도에서 한국이 북핵 외교 관련 성과를 내려고 밀어붙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만수로프 교수는 “결국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처럼 북한도 현실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한국 안보를 직접 위협하지는 않는다. 한·미 군사동맹 억지력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남침 같은 무모한 도발을 하면 미국과 맞서야 한다는 것을 북한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과거에 한국이 어떻게 해야 했느냐는 질문에 만수로프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을 중단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김정은 집권 초반에 ‘고르바초프화’를 시도했어야 합니다. 미국이 소련을 개방시켰듯 교류와 투자를 늘렸어야죠. 과거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이어갔다면 지금의 북한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대통령이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가려 하는데, 이미 그 강물은 달라져 버렸습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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