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조작에 뒤집힌 동남아…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 제자들 "그때 이상했다" vs 말레이의 분노 "왜 이제 와서 문제냐"

(베스트 일레븐)
말레이시아의 문서 조작에 따른 귀화 선수 스캔들이 FIFA의 징계로 이어지자, 당시 말레이시아의 '귀화 파워'에 밀려 크게 패했던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FIFA는 지난 6월 10일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7 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지역 예선 홈 경기에서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상대했던 말레이시아가 당시 경기를 앞두고 선수 출전 자격 관련 문서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관련 선수들에게도 벌금형은 물론 12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당시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0-4로 크게 패한 바 있다. 당시 득점에 성공한 주앙 피게레도, 로드리고 홀가도를 비롯한 총 7명의 선수들이 위조 문서를 통한 말레이시아 국적 취득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커리어가 끊길 정도로 장기간 징계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 상황을 숨죽여서 지켜보는 이가 있으니, 당시 경기에서 졌던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지역예선 F그룹에서 말레이시아·라오스·네팔과 경쟁하고 있다. 조 1위 팀에 본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객관적 전력상 말레이시아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여부가 정말 중요한데, 고비였던 말레이시아 홈 경기에서 크게 패하고 만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먼 길을 와주신 팬들, 또 TV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독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선수들은 열심히 싸웠지만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팬들에게 패배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 FIFA의 징계로 말미암아 해당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는 물론 이 경기의 승패마저 뒤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동티모르가 비슷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결과가 뒤집혔던 전례도 있어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베트남 선수들은 조심스럽게 반응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베트남 매체 <봉다 플러스>에 따르면, 센터백 부이띠엔중은 "어젯밤 관련 뉴스를 읽었다. FIFA가 이번 사건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FIFA가 충분히 조사한 뒤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몰수승으로 처리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신중하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 경기에서 새로 투입된 외국인 선수들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전력이 갑자기 크게 강화됐다. 나중에야 그들이 자격 미달 선수라는 것이 드러났다. 솔직히 이런 방식은 동남아시아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가 항소를 어떻게 진행할지, FIFA의 징계가 바뀔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레이시아를 비판했다.
팀의 캡틴이자 한국에서도 꽤 유명세를 가진 왼발잡이 공격수 응우옌 꽝하이도 "7명의 유럽 출신 선수를 동시에 귀화시킨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는 우리에게 매우 힘든 경기였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라고 말하면서도, "말레이시아가 항소를 통해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몰수승을 얻게 될지도 미지수다. 지금은 그저 최종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가 이러한 '사달'을 낸 것에 대해 축구계가 발칵 뒤집힌 상태다. 비단 베트남전 결과만 뒤집히는 게 아니라 아예 아시안컵 지역예선 전 경기 결과가 몰수패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류 담당 직원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수뇌진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취리히로 급파해 FIFA 본부에서 직접 항소를 진행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매체 <하리안 메트로>에 따르면, 도라 살레 말레이시아축구협회 부회장은 "우리는 이미 내부적으로 논의를 마쳤고, 정해진 10일 내에 FIFA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다.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6월 당시 FIFA가 선수들의 출전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입장을 번복했다.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가? 10일 안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조호르 다룰 탁짐의 구단주이자 과거 말레이시아축구협회 회장이었던 툰쿠 이스마일이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왕자이기도 한 이스마일 구단주는 "말레이시아는 이미 FIFA와 말레이시아 정부의 절차를 따랐다. 이전에는 FIFA가 승인을 내렸는데 왜 지금 와서 결정을 번복하는가? 혹시 외부 세력이 FIFA의 판단에 개입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맞서 싸우겠다. 우리는 당당하다"라며 분노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트남축구협회(VFF), 말레이시아 <하리안 메트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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