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바이오 리듬, 무시하지도 휘둘리지도 말아야

[골프한국] 흠잡을 데 없는 스윙을 자랑하는 선수들도 늘 뜻대로 경기를 펼치지 못한다. 직전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다음 주 대회에서 컷 탈락하기도 하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컷 통과에 실패하거나 하위권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이유는 많다. 몸 어딘가 고장이 났거나 스윙을 교정 중이거나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자신도 모르는 입스에 빠졌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경기력이 떨어질 때 선수나 주말골퍼나 혼란에 빠지기 쉽다. 열심히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자신의 생체리듬(biorhythm)이다.
바이오리듬은 태어난 시기에 따라 개인별로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인다는 학설로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의사 빌헤름 플리스(Wilhelm Fliess, 1858~1928)와 심리학자 허만 스보보다(Herman Swoboda, 1873~1963)가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신체(physical cycle)는 23일, 감성(emotional cycle)은 28일, 지성(intellectual cycle)은 33일의 주기를 보인다는 것이다.
바이오리듬은 모든 생명체가 지닌 내부 시계이다. 현대에 들어 바이오리듬은 유사과학으로 취급되거나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가설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변화하는 패턴을 보여주는 이 리듬을 이해하고 관리함으로써 건강과 일상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공감대는 널리 형성돼 있다.
바이오리듬을 맹신할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생활 컨디션을 살펴보면 활력이 솟는 시기가 주초 주중 주말, 월초 월중 월말, 계절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끼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과도한 신체활동이나 수면 부족, 영양 결핍, 스트레스 정도, 루틴에서 벗어난 생활의 정도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주기성을 보여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2010년대 초까지 한국 공군에서 조종사들의 비행 스케줄 작성 시는 물론이고 운전병 배차 시에도 바이오리듬을 참고해 왔다는 사실이나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 날이 바이오리듬이 떨어지는 시기와 겹쳐 시험을 망쳤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바이오리듬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체력, 감정, 사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골프는 바이오리듬 이론과 매우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40여년 골프와 함께 한 경험에 미뤄볼 때 필자는 골프가 바이오 리듬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신체 리듬은 스윙 안정성을 좌우한다. 신체 리듬이 상승기에 있을 때는 근육 반응이 좋아지고 스윙 템포도 안정적이어서 평소 익힌 스윙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신체 리듬이 하강기에 있을 땐 타이밍이 미세하게 어긋나거나 체력 저하의 영향을 받는다.
흔히 골프를 멘탈 게임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감정 리듬이 좋을 때는 퍼팅의 집중력이 높고 다른 샷의 실수도 별로 없다. 그러나 감정 리듬이 하강기로 접어들 땐 조급함, 자신감 저하, 실수 후 회복 불능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지성 리듬은 그날의 라운드 전체 특히 코스 매니지먼트에 영향을 미친다. 처음 1번 홀에 들어섰을 때 오늘 라운드를 어떤 자세로 어떻게 펼칠 것인가 큰 방향을 잡고 홀마다 위험 요소, 거리, 바람, 잔디 상태 등을 고려해 공략 루트나 클럽을 선택하는 데 지성 리듬이 영향을 받는다. 지성 리듬이 상승기에 있을 땐 상황에 맞는 판단과 행동이 가능하지만 하강기에는 무리를 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골퍼가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아느냐 모르냐는 필드에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 신체적인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는데도 의욕이 앞서 라운드 직전 무리하게 연습한다면 그날 결과는 물으나마나다. 라운드를 며칠 앞두고 몸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상쾌한 상태를 유지했다면 좋은 결과가 보장된다. 라운드 약속이 자신의 바이오리듬이 저조한 시기와 겹칠 경우 운동이나 휴식으로 주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선박은 화물의 적재 상태에 따라 균형을 잡기 위해 선박평형수 탱크에 바닷물을 주입하거나 배출한다. 골퍼에게 바이오리듬은 무시해서도 휘둘려서도 안 된다. 마치 선박이 평형수의 조절로 균형을 유지하듯 골퍼도 바이오리듬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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