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결에도 노사정 ‘평행선’

안지산 기자 2025. 9. 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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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측, 준공영제 도입 때 임금 동결 등 양보
사측, 지급 여력 부족·회생신청 사례 강조
창원시 “준공영제 조례상 지원 근거 없다”
재정지원 소송·노사 합의 등 거론 가운데
창원 시내버스 업체 29일 회의 결과 주목
창원시 한 시내버스 차고지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창원 시내버스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 이후에도 노사정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측은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임금 체불액'으로 보고 있으며, 사측은 지급 여력이 없다는 견해다. 준공영제 운영 주체인 창원시는 노사 간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견해만 반복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24일 창원시내버스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창원 시내버스 노동자 784명의 손을 들었다. 창원 시내버스 업체 6개 사가 200억 원가량(총 금액 165억~220억 원 추정)의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예견된 결과에도 무대응… 사측 '능력 밖' 호소

창원 시내버스 업계는 지난해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례 이후 통상임금 미지급금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면서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도 "통상임금 논의가 이어짐에 따라 현 상황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창원 시내버스 노조는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임금 체불'이라며 소송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2021년 노사정 협의 끝에 준공영제 도입과 함께 임금 동결에 응했다.

창원 시내버스 노조 관계자는 "당시 행정은 준공영제 시행 지자체 중에서도 처우가 열악했던 창원시의 노동자들에게 부산시만큼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시간이 지나도 처우 개선은커녕 격차는 벌어졌고 사측과 행정은 버스 파업 불편 이유를 노동자에 전가하기 바빴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기준 창원 시내버스 노동자 연봉은 부산과 비교했을 때 1000만 원가량 낮다. 이에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인력 이탈도 잦고 장기 근무 노동자 또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창원 시내버스 업체들은 통상임금 불씨가 커지기 전 미리 손 쓸 수 있었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업체 관계자는 "2023년 노사정은 통상임금 건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합의 끝자락에 파행을 겪었다"며 "이후 노측 소송이 이어졌고 올해도 해결하지 못해 7일 동안 최장 파업 등을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원시내버스협의회 내 ㄱ 업체는 5월 통상임금 소송 패소 후 회생 신청했다"며 "다른 업체들도 전부 준공영제 보전을 통해 적자 폭을 메우는 실정인데 지급할 여력이 어딨겠나"라며 한탄했다.

창원 시내버스 업체의 경영 실적을 보면 소송 대상인 시내버스 업체 6곳 중 4곳은 2023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쌓이는 이자 또한 발목을 잡는다. 창원 시내버스 업체들은 판결 이후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 연간 12%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물게 된다. 업체마다 연간 4억~5억 원에 달하는 이자를 추가 지급해야 하기에 해법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창원지법 재판부는 노사 간 중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재판부는 시내버스 업체가 창원시로부터 준공영제 지침에 따라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점, 노사 간 합의로 분할 상환이 가능한 점 등을 들었다. 사측이 준공영제 지원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노사 간 합의로 지급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선긋는 창원시, 준공영제 타 지자체도 주목

1심 판결은 준공영제를 도입한 창원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노사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노사는 준공영제 구조에서 창원시가 인건비 등을 책정하는 만큼 창원시 재정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판결로 시내버스 회사에 갑작스러운 채무가 생겼는데 노사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인건비 등을 책정하는 표준운송원가는 매년 책정해서 반영했기에 소급분까지 추가로 시에서 지원할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창원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대구시 사례를 들고 있다.

2023년 6월 한 버스업체가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해 대구시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당시 업체는 통상임금 소급분 사건과 관련해 2019년 무렵 기사들에게 화해권고결정금 또는 합의금으로 총 8억 6000만 원 정도 지급했고 이후 이 추가 인건비를 대구시가 지원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창원시내버스협의회 측은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1심 판결문을 받는 대로 29일 이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버스업계 일부에서는 매년 창원시가 표준운송원가를 책정할 때 인건비 등을 반영하기에 결국 시내버스 준공영제 하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도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부산시, 서울시 등도 시내버스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앞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내년 1월쯤 일부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내버스 운송 손실 적자를 지금까지 다 지급했는데 소급분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에 법률 자문을 받아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정책팀 관계자도 "한 버스업체 2심 결과가 10월에 나오는데 통상임금 법리가 나오면 임단협 촉발제가 될 것"이라며 "과거 통상임금 관련한 미지급분을 표준운송원가에 넣어서 이를 다 지급한 이후에 다시 낮추기는 어려운만큼 표준운송원가에 소송 결과를 반영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지산·우귀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