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이어온 가족 경영, 5세대 품은 공간 60년 넘게 별을 지켜온 남프랑스 미쉐린 레스토랑 프로방스 식재료로 완성하는 쿠킹 클래스도 참여
라 본 에타프 호텔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남프랑스 사람들은 햇살처럼 따뜻하다. 도도한 파리지앵과는 다른 온기를 품은 사람들이 사는 곳.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오래된 전통이 늘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노력하면서 지역색을 지키고, 동시에 요즘 트렌드도 반영해야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알프 드 오트 프로방스의 언덕과 라벤더 밭 사이, 라 본 에타프(La Bonne Étape)가 그런 공간이었다.
라 본 에타프 호텔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라 본 에타프 18세기 역참으로 시작해 1919년부터는 레이·글리즈 가족이 다섯 세대에 걸쳐 운영해왔다. 세월이 묻은 외관은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호텔 로비 계단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발코니, 모자이크 보행로, 아몬드 그린 셔터가 그대로 남아 오랜 시간 손길을 보여준다. 현재는 미쉐린(미슐랭) 셰프인 제니 글리즈(Jany Gleize)가 오너로 운영한다. 도착과 동시에 따뜻한 프로방스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주방은 가족의 레시피를 계속 이어간다. 할머니 가브리엘(Gabrielle)의 레시피가 지금 방식으로 다시 태어났고, 제과업에 종사했던 아버지 피에르(Pierre)의 영향은 디저트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대표 디저트는 벌집 모양 라벤더 꿀 아이스크림이다.
프로방스 전통 인형 ‘쌍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정원과 채소밭에서는 꽃, 과일, 허브, 채소가 함께 자라면서 호텔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프랑스 프로방스 전통 인형 ‘쌍똥’이 놓여 있다. 가족 구성원을 형상화한 작은 인형들로 세대를 이어온 호텔의 정체성을 보여줬다.
미식과 공간을 모두 갖춘 르레 & 샤토 멤버 호텔
객실서 바라본 풍경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라 본 에타프는 르레 & 샤토(Relais & Châteaux)의 회원 호텔이다. 1954년 프랑스에서 출발한 호텔 연합이다. ‘르레(Relais)’는 여행자가 쉬며 우편이나 말을 바꾸던 여관을 뜻하고 ‘샤토(Châteaux)’는 성이나 귀족 저택을 말한다. 두 단어가 합쳐진 이름처럼 회원 호텔들은 지역 색깔과 개성을 살린 공간과 수준 높은 미식을 보여준다.
객실서 바라본 풍경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호텔 이름 ‘에타프(Étape)’는 여정의 한 구간을 뜻한다. 실제로 알프스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서 여행자들이 잠시 머물기에 딱 좋았다.
객실과 레스토랑
객실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라 본 에타프 객실은 단 18개다. 내부로 들어서면 앤티크 가구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서 프로방스 분위기를 전한다.
욕실 내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창밖으로는 초록빛 정원과 수영장이 이어진다. 조용한 풍경이 객실 분위기와 맞물려서 한층 더 편안하다. 욕실 어메니티는 프랑스 브랜드 록시땅이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라 본 에타프 레스토랑’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호텔의 중심은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라 본 에타프 레스토랑’이다. 1964년 첫 별을 받은 이후 올해까지 무려 61년 동안 별을 지켜왔다. 프랑스 남부에서 가장 오래된 1스타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힌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라 본 에타프 레스토랑’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저녁 코스 요리는 철저히 현지 재료에 기반한다. 바농 치즈를 조약돌처럼 빚은 요리, 민트와 완두콩을 조합한 메뉴, 대구 브랑다드의 담백한 한 접시, 불꽃 위에서 구운 양고기까지 이어진다.
레스토랑서 바라본 풍경/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와인 페어링(조합)은 남프랑스 와인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은 라벤더 꿀 아이스크림으로 완성된다.
비스트로 가비(Bistrot Gaby) 조식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조식은 라 본 에타프 레스토랑 옆 건물 비스트로 가비(Bistrot Gaby)에서 즐길 수 있다. 갓 구운 빵과 수제 잼, 현지 치즈, 계란 요리, 과일 주스, 커피가 준비되어서 담백하면서도 넉넉하다.
유기농 정원과 체험 프로그램
유기농 정원/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라 본 에타프의 또 다른 자랑은 6000㎡ 규모의 유기농 정원이다. 호텔에서 직접 키우는 꽃과 허브, 과일, 채소가 가득하다.
오너 제니가 직접 안내하는 유기농 정원/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정원에는 다양한 식물과 채소들이 있었고 오너 셰프와 함께 둘러보고 요리를 배울 수 있어서 색다르다. 오너 제니가 직접 안내하면서 작물과 허브를 소개한다. 지속 가능한 농법과 재배 비밀을 설명한다. 정원 산책은 프로방스의 생활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흙과 풀 향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오너 제니가 직접 안내하는 유기농 정원/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쿠킹 클래스에서는 직접 수확한 재료로 프로방스 요리를 만들어보면서 식탁 위 풍미가 어디서 오는지 경험할 수 있다. 클래스를 마치면 수료장도 준다. 기분 내기용이지만 뿌듯하다.
오너 제니와 함께하는 쿠킹 클래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부대시설로는 야외 수영장도 인기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어떤 이는 선베드에 누워서 낮잠을 청한다. 계절이 맞으면 온수 풀장도 운영해서 햇살 아래 여유로운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야외 수영장/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라 본 에타프를 들르면 프로방스 풍경과 미쉐린 레스토랑, 유기농 정원 체험까지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저렴한 올리브 오일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요즘 남프랑스는 한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 남프랑스 편’이 방영된 뒤 남프랑스 여행이 가까워졌다. 호텔에 머물면 라벤더 평원, 베르돈 협곡, 시스테롱 성채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라 본 에타프에서 판매하는 라벤더 꿀과 올리브 오일은 대형 마트보다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