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주, 주말 20만 인파 몰려 축제의 바다로 출렁…APEC 실감
10월에도 경주 곳곳에서 APEC 붐업 조성 위한 문화행사 잇따라 열려 국제적 문화도시로 발돋움


■ 밤하늘 수놓은 경주국가유산야행
경주문화원이 26일부터 28일까지 교촌한옥마을과 월정교 일원에서 주관한 '제10회 경주국가유산야행'은 경주의 대표 야간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화려한 장관을 펼쳤다. 2016년 시작된 이 축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한층 풍성하게 꾸려졌다.
'선물 PRESENT: 지켜온, 그리고 지켜낼'을 주제로 한 이번 야행은 신라 천년의 유산을 현재와 미래로 잇는 메시지를 담았다. 야경·야로·야설·야화·야사·야시·야식·야숙 등 8夜 33개 프로그램이 마련돼 도심 곳곳이 인파로 가득찼다.
첫날 개막식에서는 첨성대와 교촌광장에서 농악길놀이가 펼쳐진 뒤, 월정교 특설무대에서 개막공연이 열렸다. 이어 드론이 월정교 상공을 수놓으며 특별한 밤하늘 그림을 완성했다.

■ 세계유산 속으로 들어간 시민들
경주시가 단독으로 처음 개최하고 있는 '2025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는 관람을 넘어 참여와 체험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년의 빛, 세대의 공존'을 주제로 10월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축전은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세계유산을 무대로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신라의 정신을 느끼도록 기획됐다.
대표 프로그램 '석굴암에서 나를 찾다'는 새벽 촛불 행렬과 명상 체험으로 시작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석굴암 내부 참배 기회를 제공해 조기 예약 마감이라는 인기를 끌었다. '빛으로 쓰는 이야기 IN 불국사'에서는 신라 의상을 입고 등불을 든 참가자들이 청운교와 백운교를 건너며 불국토로 향하는 상징적 여정을 체험했다.

■ '흥해라 신라난전' 경제와 문화의 융합 무대
봉황대에서는 경북도 주관으로 '흥해라 신라난전'이 열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장터를 연출했다.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마련된 이번 행사는 도내 명장·전승공예자, 백년가게, 로컬 크리에이터 등 79명이 참여해 각자의 작품과 상품을 선보였다.
'금빛마루', '천년장터', '천년가게', '신라맛집', '화랑마당' 등 다섯 공간에서 관람객은 경북 소상공인의 땀과 철학을 체험하며, 전통 공예와 현대적 감각이 융합된 작품들을 직접 보고 즐겼다.

■ 신라소리축제와 농특산물 큰 장터
첨성대 일원에서 열린 '제13회 신라소리축제 에밀레전'은 세계적인 문화유산 성덕대왕신종의 정신을 기리는 무대였다. '신라의 숨결, 세계의 화음으로!'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개막 축하 무대에는 트로트 가수 은가은, 국악밴드 칠린스, 일본과 중국 예술가들이 참여해 국경을 초월한 협업 공연을 선보였다. 모형종 타종, 다도, 신라 옷 체험 등 20여 개 체험 부스도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주의 주말은 시민의 생활과 밀착된 프로그램으로 더욱 풍성했다. 황성공원에서는 추석맞이 농특산물 큰장터가 열려 경북 22개 시군의 농특산물이 판매됐다. 경주쌀 소비 촉진 특별전도 함께 마련돼 지역 농업인들에게 힘이 됐다.
더케이호텔에서는 '경주 반려견 페스티벌'이 열려 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를 주제로 한 체험과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펫로스(반려동물 상실감) 극복 강연은 많은 시민에게 울림을 주었다.

■ 경주, 문화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다
이번 주말 경주의 축제들은 단순한 행사 나열이 아니었다. 국가유산의 현대적 활용, 세계유산의 오감 체험, 소상공인의 경제 무대, 생활 친화형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경주가 '살아있는 문화도시'임을 증명했다.
무려 20만 인파가 몰린 이번 행사는 경주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세계인이 찾는 문화 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가 보여준 축제의 힘은 곧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외교의 자산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국가유산야행을 비롯한 다양한 축제가 시민과 관광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며 "이번 가을, 경주에서의 경험이 경주의 문화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문화축제를 이어갈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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