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 강진의 기적···반값여행, 1년 만에 282만 관광객 불렀다

고귀한 기자 2025. 9. 28. 11: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전남 강진에서 열린 제3회 하맥축제 모습. 강진군 제공

지역소멸을 걱정하던 인구 3만2000여 명의 작은 군이 1년 만에 282만여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핫플’이 됐다.

강진군의 파격적인 ‘반값여행’ 실험은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에 빠진 지역에 전에 없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강진의 모델은 단순한 할인 정책을 넘어 지역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강진군은 지난해 1월 ‘누구나 반값여행’을 전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지역 내 지출한 금액의 절반을 식당·숙박·카페·전통시장 등 1600여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개인은 최대 10만원, 팀 단위는 20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인구 유출과 소비 위축으로 벼랑 끝에 몰린 군이 내놓은 절박한 승부수였다.

성과는 즉시 나타났다. 지난해 관광객은 282만명으로 전년보다 43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방문인구도 635만명에서 709만명으로 늘어났다. 참여자 1만5291팀이 쓴 돈은 66억원에 달했다.

특산품 온라인몰 ‘초록믿음강진’의 연 매출은 1억원에서 28억원으로 상승했다.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 사용률도 71% 증가했다. 목포대 연구진은 생산효과 240억원, 부가가치 100억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지역경제 회복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강진군의 지역경제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 8월 기준 3만8000여 팀이 강진을 찾아 103억원을 썼고, 이 중 29억원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며 총 132억원의 소비를 이끌었다.

거리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었다. 한때는 손님이 없어 불 꺼진 가게가 많았지만, 반값여행이 진행되던 시기에는 읍내 식당들이 점심·저녁마다 만석이었다. 상인들은 ‘손님이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가우도 관광시설 역시 평일에도 긴 대기 줄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 축제는 몇 달 전부터 숙박 예약이 매진됐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열린 하맥축제에는 7만5000명이 몰려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김해곤 김밥나라 대표는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관광객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늦은 시간까지 가게 불을 켜놓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며 “반값여행 덕분에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강진으로 드나드는 주요 도로 곳곳에는 ‘반값에 강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SNS에 ‘반값여행의 성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진만 생태공원 모습. 강진군 제공

강진의 모델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남 장성·완도·영암, 경남 하동·산청, 충남 홍성, 대전이 이미 시행했고, 충북 충주·전북 전주·경북 상주도 벤치마킹을 마쳤다. ‘반값여행’은 전국 지자체들이 공유하는 정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중앙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강진에서 쓴 돈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돌려준다는 게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반값여행과 같은 혁신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인구감소지역 20곳에 ‘지역사랑 휴가지원제’를 시범 도입하고, 예산 65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매년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예산을 군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사용처 제한과 바우처 조기 소진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국비 확대, 가맹점 저변 강화, 성수기·비수기 탄력 운영, 부정수급 방지책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진원 군수는 “군민의 간절함과 공직자들의 도전이 성과로 이어졌다. 작지만 확실히 움직이는 강진이 대한민국 관광·지역경제 회복의 중심축이 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