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항해 마친 부산국제영화제…"경쟁영화제 첫 발, 성공적"

유승목 2025. 9.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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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열흘 간 23만 명 찾아…마켓도 3만명 성황
신설 '부산 어워드' 대상엔 장률 '루오무의 황혼'
BIFF "아시아 영화 플랫폼 첫발 잘 뗐다" 자평
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26일 열흘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국내 영화시장 침체, 정부 예산지원 축소 등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도 올해 BIFF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23만여 명이 방문하며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30주년을 맞아 신설한 경쟁 부문 최고영예인 ‘부산 어워드’ 대상은 ‘루오무의 황혼’을 선보인 중국의 장률 감독에 돌아갔다.

장률·서기, 첫 ‘부산 어워드’ 주인공에

BIFF는 이날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폐막식을 열고 장 감독을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경쟁영화제 체제로 전환한 BIFF가 경쟁부문에 오른 14편 중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주는 상이다. 장 감독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첫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장 감독은 “20년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선다”며 “BIFF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도 이 무대에 오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망종’으로 뉴커런츠상(신인감독 데뷔섹션)을 받은 장 감독은 2016년 선보인 ‘춘몽’이 개막작에 선정되는 등 BIFF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 왔다. ‘루오무의 황혼’은 중국의 작은 마을 루오무를 배경으로 헤어진 연인의 흔적을 좇는 여성의 여정을 그렸다. 사랑과 상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를 표현하는 실험적 태도가 눈길을 끈 작품으로 비묵티 자야순다라(스파이 스타), 비간(광야시대), 미야케 쇼(여행과 나날)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작품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지난 26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장률 감독. /BIFF 제공

감독상은 대만의 유명 배우로 영화 ‘소녀’를 통해 첫 연출에 도전한 서기가 받았다. 세계적인 배우인 쥘리에트 비노슈가 시상자로 나선 배우상은 영화 ‘지우러 가는 길’의 이지원,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하야시 유타가 받았다. “‘세상 일 모르니 소감을 준비하라’던 아버지에게 ‘가서 맛있는 거나 먹고 오겠다’고 했다”던 이지원은 “앞으로 아버지 말씀 잘 듣겠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심사위원특별상과 예술공헌상은 각각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 ‘광야시대’의 류창과 투난 미술감독에게 돌아갔다.

부산 어워드는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7인의 심사위원이 열흘 간 격론 끝에 수상작을 선정했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영화를 위한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당초 목표를 생각할 때 첫 발을 잘 뗐다”면서 “‘고양이를 도와줘’, ‘스파이 스타’ 두 작품은 BIFF 경쟁부문에 선정됐다는 공식발표 후 인터내셔널 세일즈사를 구하는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실리적인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극장부터 마켓까지 붐볐던 열흘

BIFF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열흘 간 241편의 공식 초청작을 상영한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는 16만 240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14만 5238명) 대비 11.8%가량 증가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주요 부대행사인 커뮤니티비프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까지 더하면 총 23만8697명이 영화제를 즐겼다. 박가언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산업이 위기를 겪고, 영화 외 다른 즐길거리가 많아진 상황에서도 많은 관객이 왔다”고 했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부터), 배우 이진욱, 임선애 감독, 금새록, 유지태가 2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영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포토콜에서 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영화의전당 극장뿐 아니라 인근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열린 행사에는 31개국 289개 사에서 113개의 부스가 열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3만6명이 방문했다. 영화 제작·투자·판권부터 각종 파생 콘텐츠까지 원천 지식재산권(IP) 거래를 아우르는 B2B(기업 간 거래) 거점인 마켓은 국제 영화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축이다.

올해 ACFM의 경우 마켓에 등록한 산업 관계자의 60%가 외국인이었다. ACFM과 어깨를 견주는 홍콩 필마트는 80%, 도쿄필름마켓(TIFFCOM)은 70%가 자국 영화인임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현상이다. 김영덕 ACFM 위원장은 “올해 마켓은 해외 영화인들이 활기차게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ACFM이 아시아에서 가장 글로벌한 플랫폼이란 점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 지원이 줄어든 탓에 영화제 운영을 위한 재정 충당을 스폰서 유치 등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 130억 원가량 소요된 BIFF 예산 중 정부지원 자금(국내 및 국제 영화제 지원 사업) 비중은 5% 미만(5억 4700만 원)이다. 줄어든 정부 지원을 벌충하기 위해 외부 협찬에 의존할 경우 영화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BIFF의 주요 스폰서는 샤넬, 넷플릭스, 제네시스(현대차) 등이다.

2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이 열리고 있다. /연합

박 이사장은 “2022년 경우 정부지원 비중이 20%였지만 올해는 전체 예산의 4%까지 떨어졌다”면서 “칸,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의 경우 정부(지자체 포함) 지원 예산이 50%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BIFF가 글로벌 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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