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먹으면 태아 자폐 위험?”…임신부 해열진통제 싹 정리해 드립니다 [MK약국]

왕해나 기자(wang.haena@mk.co.kr) 2025. 9. 2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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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에 번진 임신부 불안
해열진통제 성분별 특징·주의점
“무조건 금지 아냐, 올바른 복용 중요”

“임신 중에 열이 나면 이제 어떤 약을 먹어야 할까요?”

최근 임신·출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질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복용하지 말라”며 복용 제한을 권고했지요. 세계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고, 국내 임신부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졌습니다.

그렇다면 임신부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약은 무엇이고, 꼭 피해야 할 약은 무엇일까요? 대표 해열진통제를 성분별로 살펴봤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타이레놀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아세트아미노펜, 임신부도 비교적 안전한 1차 선택제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열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가장 흔히 쓰입니다. 두통, 치통, 생리통, 감기 몸살 등에 널리 사용되고, 어린이 해열 시럽에도 주성분으로 들어갑니다. 임신부와 소아에게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돼 ‘1차 선택제’로 불립니다. 임신 초기 38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런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용량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일반 정제는 보통 한 번에 1~2정(500~1000㎎)을 먹고, 최소 4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서방형은 약효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한 번에 1~2정(650~1300㎎)을 먹고, 최소 8시간 이상 간격을 둬야 합니다. 하루에 4000㎎을 넘기면 간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절대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종합감기약이나 두통약 등 여러 약에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레놀을 따로 먹으면서 감기약까지 함께 복용하면 ‘중복 복용’으로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길 수 있어 복용 전에 성분표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삼일제약의 어린이 해열진통제 ‘부루펜’. 사진=삼일제약
이부프로펜, 소염 효과 있지만 임신 후기엔 금기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는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소염 효과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단순히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절염이나 근육통처럼 염증이 동반된 통증에도 효과가 있어 ‘소염진통제’로 분류됩니다.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이 유사한 성분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삼일제약의 ‘부루펜’, 한미약품 ‘맥시부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부프로펜은 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이나 위염을 일으킬 수 있고, 신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임신 20주부터는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태아의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양수가 줄어드는 ‘양수 과소증’, 태아 혈관(동맥관)이 조기에 닫히는 ‘동맥관 조기폐쇄’ 위험이 보고돼 있거든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임신 30주 이후에는 이 성분의 사용을 피하고, 임신 20~30주에는 최소 용량을 최단 기간만 사용하도록 권고합니다.

복용법은 성인 기준으로 보통 한 번에 200~400㎎을 먹고, 6~8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반의약품 기준으로는 하루 1200㎎을 넘기지 않아야 안전합니다. 처방이 필요한 경우에는 질환에 따라 1일 최대 3200㎎까지 처방될 수 있지만, 이는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 하에 이뤄져야 합니다. 고용량(하루 2400㎎) 사용 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다소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바이엘의 진통제 아스피린 광고판에 걸린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
아스피린, 혈액 묽히는 약, 해열 목적으론 권장 안해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성분으로, 100년도 넘게 사용돼 온 성분입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은 바이엘 ‘아스피린’이 대표적입니다. 성인에게는 혈액을 묽게 해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해열진통제로는 이제 거의 사용이 권장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라이증후군’입니다. 소아·청소년이 독감이나 수두 같은 바이러스 감염 뒤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뇌와 간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15세 이하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임신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스피린은 출혈 위험을 높이고 태아 혈관 발달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원칙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다만 산전 혈전 예방 등 특정 상황에서는 전문의 판단 아래 저용량으로 처방되기도 합니다.

임신부 해열제 문제는 결국 “타이레놀이 안전하냐, 아니냐”의 단순한 이분법이 아닙니다. 임신부는 원칙적으로 약 복용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 발달에 실제로 해로운 영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따라서 분명한 건 ‘무조건 먹지 말라’가 아니라, 전문가 상담 아래 아세트아미노펜을 적정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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