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어린 나이에 44살 이혼남과 비밀 결혼한 여배우의 선택

1974년, 21살의 신예였던 문숙은 촬영장과 오디션장을 오가며 이만희 감독과 마주했다. 그가 회상한 이만희의 첫인상은 유난히 선명하다. 문숙은 2014년 KBS2 ‘여유만만’에 출연해 이만희와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를 털어놨다.
그는 “그분의 느낌이 남달랐다. 당시 내 광고를 보고 영화사에서 전화가 와서 오디션을 보러 갔다. 감독님이 보고 싶어 한다고 기다려 달라더라. 그런데 감독이 안 나타나 나가려던 찰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 ‘죄송합니다’라고 겸손하게 사과하면서 나타났다. 그분이 내 앞에서 올라가는데 그분의 냄새와 느낌 때문에 숨이 막히더라”며 찰나에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을 또렷이 떠올렸다.

이후 세간의 시선을 피해 문숙과 이만희는 1974년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이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지 못한 이유는 당시 이만희는 문숙보다 23살이나 많았고, 또 이혼 이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자녀도 있었다. 문숙은 “우리끼리 결혼했다. 절에서 식을 올렸고 반지를 주며 예를 갖췄다”라고 조촐했던 결혼식을 언급했다.
행복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1975년 봄, 영화 ‘삼포 가는 길’ 편집을 마무리하던 이만희가 간경화로 쓰러졌고 열흘 뒤 세상을 떠났다. 찰나같이 짧았던 이만희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문숙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며 자신의 사랑과 선택에 확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신혼의 기억이 채 굳기도 전에 찾아온 사별은 젊은 배우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겼다. 문숙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화가로서의 작업과 자연치유·명상에 몰두했다. 미국에서도 한 차례 결혼과 이혼을 겪은 그는 두 번째 결혼생활에 대해 “이만희 감독님과 있을 때는 팔은 안 베고 자 본 적이 없다”며 남편이 팔베개를 해주지 않자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문숙과 이만희의 짧은 사랑의 끝에는 새로운 인연의 시작도 있었다. 바로 이만희의 딸 이혜영과 문숙의 관계다.
많은 대중이 두 사람을 ‘언니·동생 같은 배우’로 기억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따라가면, 문숙과 이혜영은 8살 차이의 의붓 모녀다. 이혜영은 이만희와 첫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13살 때 부친의 죽음을 맞았다. 이후 각자 다른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랫동안 조용히 이어져 왔다.

끝난 시간은 있었지만, 끝나지 않은 사랑과 인연은 남았다. 문숙의 말처럼 사랑은 그의 안에 머물렀고, 그 사랑은 이혜영과 나누는 인연과 기억으로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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