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도 소용없다?”…우리가 몰랐던 채소·과일 세척의 ‘함정’
“매일 먹는 채소와 과일, 씻는다고 정말 다 안전할까요?”

제대로 세척하지 않은 채소를 섭취하면 대장균이나 리스테리아 같은 세균에 노출돼 구토, 복통, 설사와 같은 식중독 증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할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박테리오파지, 식중독균만 골라 없앤다
28일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안전유통연구단 임정아 박사 연구팀은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친환경 세척제를 개발했다.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세균만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인체와 동물에는 전혀 무해하다. 무엇보다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지 않고, 사용 후 자연 분해돼 환경 부담도 없다.
이번에 개발된 세척제는 병원성 대장균 등 농산물에 붙어 있는 식중독균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자연환경에서 분리한 박테리오파지를 조합하고, 안정성이 낮아 실용화에 한계가 있던 문제를 ‘안정화 기술’로 해결했다.
그 결과 박테리오파지의 활성을 상온에서 6개월, 냉장 보관 시 1년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물보다 10배 ‘강력’, 구조 까다로운 채소에도 효과…특허도 출원
실험 결과 박테리오파지 세척제는 일반 물 세척 대비 최대 10배 높은 식중독균 제거 효과를 보였다.
브로콜리·방울양배추처럼 구조가 복잡해 물로만은 세척이 어려운 채소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입증됐다. 실제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모두 활용도가 높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포장재는 상온에서 2주, 냉장 보관 시 6주 동안 항균 효과를 유지해 유통 과정에서도 식품 위생을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Viruses’에 게재됐다. 관련 특허도 출원됐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식중독 예방은 물론,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농산물 넘어 가공식품·주방 위생까지 확산 전망”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단순히 농산물 세척에 머물지 않고, 가공식품 위생 관리, 주방 기구 살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식품 안전은 물론,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환경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식품·유통 업계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과연 깨끗이 씻은 채소를 먹고 있는가”라는 질문.
박테리오파지 세척제가 그 해답을 제시하며, 식탁 위 안전에 새로운 기준을 세워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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