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정부 시스템 정상화, 붕괴된 운영환경 복구에 달렸다
전문가 "운영 시스템 이중화, 민간 클라우드 개방해야"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정부 전산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전산실에서 26일 화재가 발생해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멈췄다. 불은 27일 오후 6시 완전히 진화됐지만, 서버 냉각과 습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기'가 멈추면서 전산실 운영 환경이 붕괴했다. 정부는 추가 발화와 서버 손상 위험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647개 업무시스템을 차단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백업돼 있어도 운영 환경이 지켜지지 않으면 서버를 켤 수 없다"며 재난 대비의 핵심은 데이터뿐 아니라 항온·항습·전력·네트워크까지 포함한 '운영 환경 관리'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정자원은 실시간 재난복구(DR)와 4중 백업 체계를 갖추고 있어 데이터 소실 우려는 낮다. 그러나 서버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백업 데이터를 곧바로 활용하기 어려워, 복구 속도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직접 피해 약 96개, 총 647개 '셧 다운'…정상화 시점 불투명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전센터 전소 배터리 384대 중 250여 대를 반출했고 항온·항습기를 이날까지, 네트워크 장비는 28일까지 복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장비 복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중단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 피해를 받은 96개 시스템을 제외한, 전체 647개 차단 시스템 중 우선 551개를 단계적으로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화재로 직접 피해를 입은 7-1전산실 내 96개 시스템은 물리적 손상으로 인해 대전센터 대신 대구센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 복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직접 손상을 입은 시스템까지 완전 복구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행정정보시스템 647개는 인터넷망 436개, 내부망 211개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권익위 국민신문고,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나라장터 등 주요 대국민 서비스와 공무원 내부 시스템이 마비됐다.
복구 지연 원인의 핵심 "항온·항습 불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운영 환경 붕괴'에서 찾는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21~24도, 습도 40~60% 범위를 24시간 유지해야 한다. 이를 맡는 '항온·항습기'가 멈추면 서버는 과열·결로·정전기 위험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전원을 끄는 것이 표준 대응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데이터가 백업돼 있어도 항온·항습이 복구되지 않으면 서버 전원을 올릴 수 없다"며 "이번은 단순한 전산장애가 아니라 인프라 운영 환경이 붕괴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개인 PC처럼 단순히 껐다 켜는 문제가 아니다. 항온·항습 복구 후 서버를 하나씩 재가동하며 검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서 복구가 지연된 핵심 원인은 발화 자체가 아니라, 정밀 공조 불능으로 인한 '운영 환경 마비'가 꼽힌다.
데이터 백업만으론 부족…운영 이중화·민간 개방 과제로
또다른 문제는 바로 백업 체계가 데이터 저장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전 외에도 광주·대구 센터에 데이터 백업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는 '저장용'에 불과했고, 장애 시 다른 센터가 자동으로 기능을 인계하는 운영 이중화(페일오버)는 구현되지 않았다.
조성일 전 서울시립대 교수이자 르네 방제정책연구원장은 "집에서 PC가 고장 나면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바로 대체하듯 운영 시스템 자체가 이중화돼야 한다"며 "지금 구조는 PC 하나에 모든 걸 몰아놓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학과 교수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도 데이터 백업은 있었지만 시스템 이중화가 없어 자동 전환이 안 됐다"며 "이번에도 같은 오류가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이미 클라우드와 AI를 접목한 스마트 정부로 전환하고, 민간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도 민간 혁신을 과감히 개방해 자동 전환과 분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사태 데자뷔…공공의 차이는 '환경 인프라'
2022년 판교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도 UPS 배터리 발화로 시작됐다. 당시에도 이중화 전환 실패로 서비스가 장기간 마비됐다. 이번 사태 역시 원인(배터리 발화)과 결과(자동 전환 불능)가 닮았다.
다만, 공공 전산은 항온·항습 붕괴가 복구를 직접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두 사건 모두 "데이터 백업만으로는 재난을 막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앞으로는 단순 백업을 넘어서 운영 시스템 자체를 이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 시 다른 쪽이 자동으로 업무를 이어받는 액티브-액티브, 예비 시스템이 즉시 전환되는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을 공공 전산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계획만 세우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전환을 해보는 장기 전환 훈련(Drill)도 필요하다.
이번처럼 서버 자체가 아니라 항온·항습·전력 같은 운영 환경이 무너지면 데이터가 백업돼 있어도 복구가 어렵다. 따라서 재난복구(DR) 범위에 환경 설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기밀 정보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되, 민원 서비스 등은 민간 클라우드의 다중 리전을 활용해 가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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