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하나로 멈춘 국가 전산망...카톡 먹통 사태와 똑같았다

홍인택 2025. 9. 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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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산망 마비로 이어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3년 전 카카오톡 먹통으로 이어진 데이터 센터 화재와 똑 닮았다.

3년 전 기업에 데이터센터 설비용 배터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꾸짖었던 정부지만, 정작 자기 데이터센터 관리에는 소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에게 2023년 3월 배터리 실 내에 다른 전기 설비를 설치하지 않으며, 배터리 랙 사이의 거리를 최소 0.8미터 두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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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대비한 설비가 비상 불렀다
서버-전원 분리 작업 진행중 화재
카카오 먹통 원인도 같은 UPS 화재
실패로부터 교훈 못 얻은 정부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이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화수조에 담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소방청 제공

정부 전산망 마비로 이어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3년 전 카카오톡 먹통으로 이어진 데이터 센터 화재와 똑 닮았다. 3년 전 기업에 데이터센터 설비용 배터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꾸짖었던 정부지만, 정작 자기 데이터센터 관리에는 소홀했다.


서버실에 왜 배터리가? 비상 설비가 비상 불렀다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소방대원이 불에 탄 배터리를 옮기고 있다. 전날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됐다. 연합뉴스

화재의 원인이 됐고, 진화 작업에도 애를 먹게 한 배터리는 꼭 그 자리에 필요했을까.

배터리 자체는 정전 등 비상 상황을 위해 꼭 필요한 설비였다. 배터리는 서버에 연결된 '무정전 전원장치(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의 일부다. 무정전 전원장치란, 기존 전원이 끊겼을 때(정전)도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차전치 등으로 구성된 장치를 뜻한다.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2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UPS는 전원이 나갔을 때 시스템이 일정 기간 유지되도록 해주는 장치다. 데이터센터는 다 UPS를 두고 있다"며 "우리 센터(국가정보자원관리원)가 지어질 때 도입이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설비가 화재라는 비상 상황을 부른 셈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난 UPS에 활용된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로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제조했다. 전산실 내 8.7㎡의 공간에 192개의 배터리가 함(캐비넷) 안에 함께 꽂혀 있는 식으로 보관됐다. 이렇게 보관된 함이 2개 였는데, 이번 화재로 382개의 배터리가 전부 불에 탔다. 불이 난 전산실 안은 1.2미터 간격으로 배치된 전산 서버와 60㎝ 떨어진 지점에 배터리 함(랙)이 놓여 한 사람이 지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다. 설계부터 화재에 취약했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행정안전부도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UPS 설비를 서버와 분리하려고 했다. 지하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 6번에 걸쳐 배터리를 옮기는 게 계획이었다. 지난해부터 작업을 개시해 첫번째 배터리 묶음을 옮겼고, 두번째 묶음에 대한 작업이 진행되던 중 불이 났다.


'카톡 먹통 사태'때도 UPS화재가 원인이었다

2022년 10월 1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앞에서 스마트폰 다음 애플리케이션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은 네이버, 카카오, SK통신사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 시설이다. 이 불로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 역시 데이터 센터의 UPS화재가 원인이었다. 2022년 10월 경기 성남의 SK C&C 데이터센터 지하에 위치한 UPS 배터리에서 불이 났고, 가스 진화 설비가 작동했지만 불은 잡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물을 이용해 진화하기 위해 UPS 설비에 들어가는 전력의 차단을 요구했고, 이후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는 먹통이 됐다.

카카오톡 사태 이후 정부는 전국의 데이터센터 시설을 점검했고,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에게 2023년 3월 배터리 실 내에 다른 전기 설비를 설치하지 않으며, 배터리 랙 사이의 거리를 최소 0.8미터 두도록 했다. 또 전력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전력이 차단되도록 했다. 화재 위험이 큰 배터리와 다른 UPS설비, 서버 관련 전기 설비가 함께 불에 타지 않도록 공간을 분리하고 다중화하라는 게 핵심적인 권고 사항이었다.


같은 전산실에 서버, 배터리, 항온장치 위치

소방당국이 27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앞에서 브리핑한 화재 현장의 구조도.

하지만 이런 공간 분리 원칙이 정작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핵심 데이터센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불이 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는 서버뿐 아니라 서버실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설비인 항온항습기도 같은 전산실 내에 위치해 있었다.

핵심 설비가 같은 공간에 밀집해 피해는 커졌다. 화재로 항온항습기의 냉각기에 문제가 생겼고, 항온항습기가 멈추면서 서버 설비의 온도 유지가 어려워져 서버 자체를 꺼버린 것이다. 소방당국은 서버 설비를 손상시킬 위험에 물을 뿌리지 못했고, 내부 열기를 낮추고 연기를 빼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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