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에 저수지서 물 긷는 헬기들…“또 다른 최악 가뭄 알리는 위기 신호 삼아야”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많은 비 내려도 타들어간 농심 여전
논 이어 밭에서도 가뭄 피해 극심해
기후변화로 재배환경도 갈수록 악화
농부들 “우리 인생의 무대 못떠난다”
지속 가능한 물관리 대책 요구 목소리
“호수 바닥에 물이 배었으니 이제 흘러가는 일만 남았네.”

김씨는 오봉저수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8㎞ 떨어진 장현저수지 인근에서 논 4000평과 감자밭 등을 일군다. 강릉의 또 다른 물줄기인 이곳에서는 오봉저수지로 산림청 헬기가 물을 길어 나르는 기묘한 풍경이 최근 펼쳐졌다. 헬기 프로펠러가 내뿜는 강한 바람에 저수지 바닥 풀이 휘날렸다. 물을 채워 하늘로 날아오르는 헬기 행렬은 낯설고도 씁쓸한 풍경이었다. 그들에게 헬기의 그림자는 구조선이 아닌 위기 신호였다.
장현저수지의 17일 저수율도 매우 낮았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평년의 71.0%와 지난해 56.3%에 모자란 37.1%를 기록했다. 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아야 할 풀들과 시가 인근 논으로 물을 대려 설치한 주황색 관로가 눈에 띄었다.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오봉저수지는 더 심각했다. 흙바닥이 넓게 드러나 저수지임을 알아보기조차 어려웠고, 급수차 정차 지점 표시를 위해 도로변에 세운 빨간 깃발들이 가뭄 흔적을 증언했다.

19일부터 내린 비와 20일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방류 영향으로 강릉은 일단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또 다른 최악의 가뭄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암댐 활용 방안도 그중 하나다. 과거 대관령 일원 목장의 가축 분뇨와 토사 등으로 수질 문제가 불거졌지만 상황이 개선됐다는 전언이다. 김씨는 “식수 사용은 어려워도 정화하면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강릉은 따뜻한 기후로 과거보다 중·만생종 벼 재배 비율이 상승했다. 추석 전 햅쌀로 나오는 조생종과 달리 이들 품종은 상대적으로 늦게 이삭이 팬다. 조생종은 수확돼 피해가 덜했지만, 가뭄이 장기화하면 중생종과 만생종은 피해가 클 수 있다. 물 부족으로 벼가 충분히 여물지 못하면 쌀의 찰기와 맛이 떨어지고, 조기 수확 시 산패 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토종쌀 브랜드가 부족한 강릉 현실을 고려하면 품질 저하는 농가 매출과 지역 경기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농민들은 우려했다.

강릉시는 가뭄 피해가 없도록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관리에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노후 상수관망 교체로 누수율을 낮추고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송수관로 복선화 사업으로 지역 간 물 공급을 안정화하고 공공하수처리수 재이용으로 하루 6만t의 농업용수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강릉시 관계자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하루 9만t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와 협력해 제도적·행정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 바람처럼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닌 미래를 대비하는 물 관리는 강릉 농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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