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에 뭘 차리나? 협치는 ‘실종’, 외치는 ‘난관’…깊어지는 李의 고민
巨與의 ‘사법부 흔들기’, 역풍 우려…‘난기류’ 대미 협상에 경제는 ‘시계 제로’
60%대 지지율에 압도적 여대야소는 긍정적…경주 APEC에서 실용외교 성과 낼지 주목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정부 취임 후 100일을 지나 '첫 명절'이 다가왔다. 지난 설 명절은 비상계엄 사태 속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혼란을 방증하는 키워드들이 국민의 밥상 화두를 차지했다면, 반년이 지난 지금은 정치적 상황이 대거 달라졌다.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행정부 수반이 교체됐고, 거대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 타이틀까지 달면서 더 큰 힘을 얻게 됐다. 정부·여당은 '통합' '성장' '비정상의 정상화' 3대 기치로 각종 국정·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내란 종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 모두를 차지한 정부·여당이지만, 이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안팎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치'의 시계는 이재명 정부의 '통합' 기조가 무색하게 '탄핵 정국' 당시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대(對)정부 투쟁'을 위해 반년 만에 아스팔트로 나왔고, 여당은 '내란 정당 해산' 경고장을 날리며 연일 극한 대치 중이다. 심지어 민주당 내부도 시끄럽다. 지도부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미묘한 신경전 속에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까지 은연중 주도권 경쟁에 가세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민주당에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 의중)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마저 나온다.
실용외교 기조를 앞세웠던 '외치'도 난기류를 만났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됐던 대미 관세 협상은 양국의 투자 구조와 이익 배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외교적 불확실성은 국내 산업계와 재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내치와 외치의 숙제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안 풀렸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니만큼 이 대통령도 추석 연휴까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정청래도 추미애도 '法 맹공'…민생 실종?
"이재명을 탄핵하라!" 9월21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 광장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80명에 달하는 의원, 그리고 7만 명에 달하는 보수 지지층의 장외 투쟁 열기로 가득했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9월8일 첫 회동을 통해 '정치 복원'과 '소통 강화'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출범을 약속한 지 보름도 안 돼서다.
이재명표 '통합' 행보가 성과를 내지 못한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강경파로 꼽히는 여야 지도부의 대립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168명에 달하는 거대 의석을 앞세워 사법·검찰·언론을 비롯한 각종 입법 개혁 과제들을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더 센 특검법'은 물론 조희대 대법원장을 타깃으로 '사법부 공세'도 강화하면서 일각에선 "삼권분립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물론 여당에도 각종 과제를 '독주'가 아닌 '주도'한다고 할 만한 명분은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내란을 자초한 당이 새로운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염치가 없지 않나. 그래서 민심도 우리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가 시사저널에 전한 이 말처럼 당정 입장에선 배(민심)를 띄우는 데 필요한 '선장-사공-바람' 세 요소가 모두 갖춰진 상태다. 행정권을 쥔 이 대통령이라는 '선장'에 168명의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사공'도 충분하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띄운 배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은 당정이 띄운 배 위로 더욱 집결하는 분위기다.
이를 바탕으로 당정이 꺼내든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 전략도 일부 통한 모습이다. "싸움은 정청래가 하겠다. 대통령은 일만 하라"는 정 대표의 메시지처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60%(9월19일 결과 발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1.8%.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이르는 안정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배드캅(악역) 역할을 맡고 있는 민주당 역시 40%대 지지율로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다만 배가 기준 속도를 넘으면 전복되듯 민주당의 '과속 리스크'도 잠복 상태다. 최근 정 대표는 "윤석열 내란 수괴 똘마니가 입으로 오물 배설한다"며 장 대표와 입에 담기 어려운 수위의 막말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사법·검찰 개혁 키를 쥔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회의 때마다 민생 법안 논의 대신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는 양당의 싸움판으로 전락했다. 이 같은 혼전 속에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40%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있다. 최근 무당층 비율은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대통령도 여당에 속도 조절을 바라고 있지만, 문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노선이 엇갈리며 '명심'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점이다. '더 센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신경전이 불거졌던 것은 물론, 당 차원의 사법부 공세 도중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지도부 모르게 자의적으로 밀어붙이며 주도권 경쟁에 가세했다. 심각한 균열은 아니지만, 굳건한 단일대오도 아닌 모습으로, 결국 질서를 정리해야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될 전망이다.

'막무가내 트럼프'에 시험대 오른 李 실용외교
이 대통령이 천명한 '실용외교'도 최근 항로를 이탈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한미 관계부터 흔들리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쇠사슬 체포' 후 송환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은 물론, 고비를 넘겼다고 진단됐던 대미 관세 협상은 후속 논의 과정에서 각종 쟁점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구체적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놓고 미국은 한국에 "달러 직접 투자로, 미국이 지정한 곳에, 미국이 이익 90% 획득" 기조를 요구하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지난 합의를 되돌릴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국익이 아닌 경우 협상에 서명할 수 없다"며 대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만약 어렵게 타결한 관세 협상이 틀어진다면 국내 산업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등 우리나라 핵심 주력 상품들의 대미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 사항들을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한국은 외환보유액의 85%에 달하는 투자금을 내놓게 돼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통상 당국에서는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청하는 등 세부 협상 사항들을 하나씩 조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AI(인공지능) 및 첨단산업에서 '신(新)시대'를 열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도 불투명하다. 이미 이달 초 전승절 기념식을 계기로 중국은 북·러 정상들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라 단일대오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반대로 '안미경중' 기조를 폐기하고 '안미경미(안보도 경제도 미국과 함께)'라는 새 기조를 공언했다. 일각에선 미국과의 관계에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민심도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사유(한국갤럽 조사) 1위를 '외교'로 꼽을 만큼 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교 딜레마'에 대한 고심은 최근 이 대통령의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안미경중'이라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는 없다. 적절한 수준에서 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서구 사회도 이 점을 이해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함께할 것이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중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두 진영 간 대립의 최전선에 서게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李, 내치엔 '당근', 외치엔 '강단' 리더십 필요"
이 대통령이 안팎으로 얽혀있는 고차방정식 실타래를 풀고 국민의 추석 밥상에 긍정적 화두를 던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이 가장 의지할 만한 부분은 '국내 정치적 토대가 굳건하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①60%대 안팎의 지지율 ②압도적 여대야소 상황 ③임기 초 국정 동력 등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내치에선 '포용'을, 외치에선 '강단'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단 야당에는 장외 투쟁을 비롯한 저항에 대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식 '전략적 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장외 투쟁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중도층 공략 효과가 없다(김재섭 의원)"는 등의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당내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출구 전략이 없다는 점"이라며 "이 대통령의 민주당 독주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바라지도 않고, 그나마 민심이라도 돌아오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에 '당근'을 주고, 여당에 대해선 '교통정리'를 통해 강경파들을 설득한다면 협치 부재가 개선될 수 있는 셈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시사저널에 "결국 여야 강경파들의 대결 정국으로 '정치 극단화'가 심화될수록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이 대통령이다. 그는 이제 민주당뿐 아니라 모두의 대표"라며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면 결국 말뿐인 영수회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당근을 비롯한 선물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외치에선 '안정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미·중 등 특정 국가의 입김에 끌려다니지 않고 국익 중심의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오는 10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 대통령에게는 미·중 정상을 모두 끌어들이며 실용외교를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도 9월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 참석해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교류·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를 새 비전으로 제안했다.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위상과 '민생·경제' 중심 국정 기조, 그리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 가속화 등 세 목표를 공언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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