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보호구역 있는데…아이 위협하는 혐오 시위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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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이런 구호를 외쳤다.
명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극우 단체의 중국 혐오 시위가 최근 대림동 학교 인근에서도 벌어지자 서울시교육청과 학생들이 함께 나선 것이다.
한미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26일 본보 통화에서 "학교 주변에 '중국 아웃' '공산당 아웃' 같은 현수막이 일상적으로 걸려 있다. 저녁에 시위가 열리더라도 학교 주변에서 학원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저런 메시지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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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도 제한·심의되는 학교 보호구역
교육청에 혐오 시위 제한 권한 없어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집시법도 고쳐야"

"혐오는 스톱! 존중은 스타트!"
지난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이런 구호를 외쳤다. 명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극우 단체의 중국 혐오 시위가 최근 대림동 학교 인근에서도 벌어지자 서울시교육청과 학생들이 함께 나선 것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나치즘이 재현돼선 안 된다"며 시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육당국의 호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오후 7시 학교 옆 대림역에서는 같은 단체 주최로 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은 "짱 머시기(중국 비하 표현) 이런 발언은 오늘 없을 예정"이라고 강조했지만, 처음 마이크를 잡은 사람부터 "빼앗긴 땅 대림동"이라며 입을 열었다. 'CHINA OUT' 같은 피켓도 모습을 보였다. 17일 열린 집회에선 "우리 아이들이 받을 혜택을 왜 중국 아이들이 받느냐"는 노골적인 차별 발언도 나왔다. 집회가 열린 대림역 4번 출구 인근에는 9개의 초중고가 있다.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는 집회 장소에서 직선거리가 100미터도 되지 않는다.
학교 앞 PC방 영업도 교육청이 심의하는데...

교육 당국이 혐오 시위로부터 학생을 지킬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학교 바로 앞에서 열리는 혐오 시위로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한미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26일 본보 통화에서 "학교 주변에 '중국 아웃' '공산당 아웃' 같은 현수막이 일상적으로 걸려 있다. 저녁에 시위가 열리더라도 학교 주변에서 학원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저런 메시지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2023년 12월엔 12·12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봄'을 단체관람을 했다며, 학교 교문 앞에서 극우 단체가 시위를 벌인 일도 있었다.
학생들을 보호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 있지만, 이런 시위를 제한할 수단은 없다. 보호구역은 학생들에게 유해한 소음·오염물질을 학교 인근에서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라 교육감이 지정하는데, 혐오표현이나 차별행위에 관한 금지 조항은 없다. '기준 초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 '분뇨처리시설' '게임물 시설' 등 32개의 금지행위가 거의 '시설'의 설치·운영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탓에 교육청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PC방을 설치하고 영업하려는 자영업자는 심사할 수 있지만, 학생들을 포함한 특정 집단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집회에는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PC방 같은 시설의 경우 학교 200미터 이내에서 영업하려면 교육청에 먼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집회와 관련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학교 앞 집회 관련 권한 부여해야"

당장 거론되는 대책은 교육환경보호법을 개정해 보호구역 내 폭력·차별적 시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두는 것이다. 정 교육감은 25일 "학교 인근에서 이 같은 집회를 할 수 없도록 법령을 개정하기 위해 국회 교육위원회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부당한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다. 일본의 경우도 '재일(재일조선인)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이 한인 학교 인근에서 벌인 혐오 시위를 계기로, 2016년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했다. 법률의 정식 명칭은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시책 추진에 관한 법률'이다. 한국에서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했고, 이듬해 정부가 입법예고에 나섰지만 이후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제대로 입법화되지 않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제일 시급한 건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또 현재 경찰의 단속 중심으로 구성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보호구역 내의 집회의 경우 교육청이 나설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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