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자원發 ‘정부 먹통’… 클라우드 이중화 공백탓?
‘정부판 카카오 사태’ 비판 고조

정부 전산시스템이 대규모로 마비된 배경에는 클라우드 이중화 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요 정부 서비스가 멈춰 선 것은 데이터가 보관되는 클라우드 환경의 재난복구 체계가 미완성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불거졌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운영 관리 시스템이 이중화되지 않아 전국적인 장애가 벌어졌는데, 이번에는 행정 시스템이 같은 허점을 드러내며 ‘정부판 카카오 사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자체 운영하는 ‘G-클라우드 존’은 대규모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으로, 서버 DR(Disaster Recovery)과 클라우드 DR 모두가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서버 DR만 마련된 상태에서 클라우드 DR은 구축이 완료되지 않아,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의 클라우드 체계라면 동일한 환경을 별도의 지역에 마련해 두고, 사고 발생 시 같은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이중화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버 복구 환경만 절반 수준으로 마련돼 있다 보니 화재 발생과 동시에 정부 전산망 전체가 다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카카오 역시 3년 전 먹통 사태 이후 데이터센터를 3곳 이상 연동하는 삼중화 이상의 복구 체계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정부는 아직 같은 수준의 체계 구축에 이르지 못했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당초 공주 센터와 이중화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속도가 더뎌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2005년 설립된 본원은 건물 자체가 2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라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정자원은 올해 초 클라우드 DR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5년 내 순차적으로 센터를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내년부터 컨설팅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클라우드를 민간 데이터센터로 옮기는 방안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복구 체계 강화나 민간 클라우드로의 단계적 이전이 논의되는 가운데 화재 사고가 터진 것”이라며 “국가 핵심 데이터를 관리하는 환경치고는 지나치게 열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시대로 접어들수록 데이터센터 운영은 국가의 혈관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비상 상황 대비와 재난복구 시스템 전반을 근본부터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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