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청소년 피해 확산에···2026년까지 전자담배 전면 금지
전자담배 산업, 일자리·세수 창출이 걸림돌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 증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말레이시아가 2026년 중반까지 전자담배 전면 금지에 나선다.
26일(현지시간) 더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줄케플라이 아흐마드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전날 사이버자야에서 열린 ‘제1차 보건 행동 통찰에 관한 국가 청사진’ 출범식에 참석해 “2026년 중반까지 전자담배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 행동 통찰에 관한 국가 청사진’은 보건 분야 국가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보건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아흐마드 장관은 취재진과 만나 “이제 문제는 전자담배를 ‘금지할지’가 아닌 ‘언제 금지하느냐’”라며 단계적 금지 방침을 밝혔다. 그는 “(액상을 직접 채워 사용하는) 개방형 전자담배 제품부터 금지한 뒤 점차 모든 유형의 전자담배 제품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월 아흐마드 장관은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국가는 전자담배 금지 가능성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며 “전임자들이 2015년에 이미 전자담배 금지 계획을 세웠음에도,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태국·브루나이처럼 전면 금지 조처 시행에 실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강 정책 싱크탱크인 갈렌 건강 및 사회정책센터의 아즈룰 칼리브 센터장은 “전자담배 금지가 공중보건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고 그 필요성이 명확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의지의 부족이 실천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전자담배 산업이 말레이시아 내 많은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하고 있는 점을 금지 조처의 장애물로 꼽았다.
말레이시아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3년 소매 전자담배 시장 가치는 34억8000만링깃(약 1조1700억원)으로 2019년 22억7000만링깃(약 7600억원)에 비해 53% 가까이 성장했다.
그러나 전자담배 규제에 제동이 걸린 사이, 청소년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 급증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0대 학생들의 전자담배 흡연이 늘면서 유독물로 분류되는 에토미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액상 제품까지 유통됐다. 이로 인해 청소년의 경련·실신·장기손상 사례가 보고되었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2022년 말레이시아 정부 조사에 따르면 13~17세 청소년의 약 14.9%가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
유사한 문제를 겪은 싱가포르는 2018년부터 전자담배의 구매·소지·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달 1일부터는 기존 최고 500싱가포르달러(약 54만원)였던 관련 벌금을 최고 700싱가포르달러(약 76만원)로 상향했다. 전자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사법당국의 처벌 외에도 학생은 정학, 공무원은 최대 해임, 군인은 최대 해임·구금 등의 추가 징계를 받게 된다. 태국은 2014년 전자담배와 액상에 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이듬해 판매·유통을 금지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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