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만 보이는 '사마귀'...연쇄살인마 엄마에게도 모성애 있을까[주말오락실]
<5> SBS 드라마 '사마귀'
편집자주
주말에 즐겨볼 만한(樂)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에 대한 기자들의 방담.

연쇄살인마 엄마로 돌아온 광기 어린 고현정이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SBS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이야기다. 극 중 고현정은 여성과 아동에게 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수감된 연쇄살인범 정이신으로 분했다. 모방 범죄 수사를 돕겠다는 빌미로 23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형사가 된 아들 차수열(장동윤)과 재회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범죄 스릴러 장르임에도 시청자 반응은 기대를 웃돈다. 전국 기준 시청률 7.5%(4화)로 금토드라마 최강자가 됐고, 넷플릭스에서도 국내 1위를 찍었다. 아들을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괴롭히고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한 이신의 모순적인 면모가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구현돼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결말까지 두 화를 남겨둔 시점에서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드라마 속 기이한 모자(母子) 관계를 들여다봤다.

권영은 기자(권): 정이신은 왜 수사 공조를 자청했을까. 아무리 사이코패스 살인범이라도 오랜 시간 보지 못한 아들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 같다.
강유빈 기자(강): 보통과는 다르지만, 모성애가 아예 없는 인물은 분명 아니다. 살인에는 전혀 죄의식을 못 느끼지만, 어린 아들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살인범 아들'로 만든 데 대해 미안하게 느낀다고 본다. 범행을 자백하며 가장 먼저 내건 조건이 아들을 보호해달라는 것 아니었나. 수열과 처음 대면해 "정호(수열의 본명)구나" 말하는 장면에서 이신은 손을 떨고 눈빛도 흔들린다.
송옥진 기자(송): 반대로 아들도 엄마가 궁금하지 않았을까? 수열은 과거 이신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신분 세탁을 요청했단 말을 듣고 (이신이 좋아하는) 예가체프 커피를 사서 찾아간다. 이신의 탈출 소식엔 크게 화내고 실망한다. 은연중에 '그래도 우리 엄마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기대를 품었던 거다. 원래 부모 자식 사이는 애증의 관계가 많지 않나. 이 드라마는 경찰과 악독한 범죄자로 설정해 이를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권: 수열은 자신이 평생 증오해온 엄마와 닮았을까봐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를 거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동윤은 '바르게 자라야 한다'는 강박으로 길거리에 쓰레기 하나 안 버리고 살았을 것 같은 이미지로는 수열과 똑떨어지는데, 감정이 고양되는 신에서 연기가 조금 어색했다. 아내에게 엄마의 정체를 고백하면서 "나는 내가 무서워. 내가 피 냄새를 좋아하나? 합법적으로 사람을 쏴 죽이고 싶어하나?" 토로하는 장면이 특히 아쉬웠다.

강: 반면 고현정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톱날이 사람 목뼈를 좌우로 가르면서 들어갈 때 사람 몸통이 울리죠. 드르륵, 드르륵." 잔인한 살인 수법을 태연하게 묘사하며 눈을 감고, 쾌락을 느끼는 모습이 사이코패스 그 자체다. 분위기를 단숨에 얼리며 스릴러 장르임을 새삼 일깨운다. 고현정이 나오는 장면과 나오지 않는 장면의 긴장도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송: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여성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이전에 본 적 없는 것 같아 신선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남성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살인이라는 점에서 기존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 정이신은 소외된 옆집 아이까지 품어주는 따뜻한 엄마로 그려지다 이후 살인을 즐기는 사람으로 변모하는데 개연성이 부족하다. 남은 회차에 숨겨진 사연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강: 수열은 이신이 즐기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고 본다. "그냥 막 죽이면 뭣하니까 뭐라도 잘못한 사람을 골라서 죽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우리가 본 6회까지는 이신의 진짜 실체와 그가 이번 외출에 나선 진짜 목적을 헷갈리게 만드는 게 드라마의 의도로 보인다.

권: 정이신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그렇기에 다른 주조연급이 가려진다. 연기도 그렇지만 설정 자체도 답답하고 매력 없다. 수사팀의 에이스인 김나희(이엘)의 이혼 등 가정사는 군더더기처럼 느껴졌다. 유력 용의자인 서구완의 도발적인 말 한 마디에 바로 멱살을 잡으며 발끈하고, 결과적으로 병원에서 그의 탈출을 도운 것도 베테랑 형사답지 않았다.
송: 극의 전개 자체도 허술한 부분이 많다. 수사물의 핵심인 경찰들의 수사 능력부터 일반인 눈에도 어설퍼 몰입에 방해가 됐다. 병원 세탁기에 갇힌 피해자를 왜 그렇게 오래 못 찾나. 집에서 납치돼 병원까지 가는 경로만 해도 폐쇄회로(CC)TV가 얼마나 많은데. 결정적으로 이신이 수사를 돕는 게 주된 서사인데, 뭘 도왔는지 모르겠다.

권: 변영주 감독은 인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영화인이다. 6화에서 트랜스젠더 에디가 시간을 할애해 성별 확정 수술 등에 자세히 설명한 부분에서 '아 변 감독 드라마였지' 인식했다. 이 드라마는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짧은 8부작이다. 그럼에도 사마귀의 전개는 빠르고 간결하기보다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요즘 시청자들의 성향상 드라마 편수를 줄여 시즌제로 가는 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강: 실시간 방송을 챙겨보는 시청자는 갈수록 줄고, 제작비 부담은 커지다 보니 TV 드라마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일을 따라간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에 유통해도 어색함이 없도록.
송: 드라마가 갈수록 자극적이고, 짧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 같다. 쇼트폼 시대에 시청자를 잡아둬야 하니까. 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드라마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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