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위헌 논란… 헌재 심판대 오를 가능성은
'국민투표권 침해' 헌법소원 등 가능성
'명칭 삭제가 기능 삭제냐' 주요한 쟁점
"헌법상 권한은 영장청구권뿐" 지적도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위헌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위헌을 주장하는 이들은 '헌법에 내포된 검찰 조직을 폐지해 그 기능을 형해화했다'고 얘기한다. 다만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심판대까지 옮겨갈지는 미지수다. 명칭 변경만으로 검찰 권한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고, 조직 개편이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권한을 건드리는 건 아니라는 해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검찰청을 없애고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 명시됐던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검찰'은 '검사사무'로 바꿨다. '검찰'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을 정부조직법에서 삭제한 것이다.
검찰청 폐지의 위헌성을 다툴 수 있는 경로는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 위헌법률심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헌법소원은 기본권을 침해받은 당사자가 청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투표권 침해'를 이유로 일반 국민들의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헌재는 2004년 '신행정수도 이전'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인용하면서 "헌법 개정 사항을 단순법률 형태로 실현해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했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검찰이 헌법상 기관인지 여부다.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꾼다고 해서 명칭 변경을 넘어 기관 폐지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헌법 89조 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검찰총장 등 임명'을 명시하고 있고,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검찰이 헌법에서 보장한 기관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단순히 헌법에 검찰총장 명칭이 나온다고 해서 검찰 조직 자체가 헌법적으로 보장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있고, 헌법에 등장하는 검사는 검찰청 검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헌재는 2023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결정문에서 "검찰청법상 검사는 헌법상 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할 여지도 있고,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수완박 때처럼 검사들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특정 국가기관이 다른 기관의 권한을 침해할 때 청구할 수 있다. 국회의 입법 행위에 대해선 입법 재량이 인정되는 만큼, 이로 인해 다른 기관의 헌법상 권한이 침해됐을 때 심판 청구가 가능하다. 헌재는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당시엔 '수사권은 검사의 헌법상 권한이 아니다'는 이유로 5대4로 각하 결정했다.
일각에선 검찰청 폐지에 대해 재차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내포하는 검찰의 기능을 제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역시 "검찰은 직접수사와 공소제기뿐 아니라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 형집행, 피해자 지원, 범죄수익환수, 국제사법공조 등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헌법이 명시한 '검찰'이라는 용어엔 이같이 법집행을 두루 살피라는 뜻이 담겼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사의 수사권을 헌법상 권한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글을 통해 "검찰(檢察)이라는 이름 자체가 수사 업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직접 입헌화한 것은 '본안(재판) 전 절차의 사법적 수사를 주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검찰총장'을 임명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보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검찰 명칭 삭제를 권한쟁의심판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다. 명칭을 권한으로 해석한 사례가 없어 참고할 판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상 보장되는 검사의 권한은 영장청구권뿐이라는 해석은 꾸준히 제기됐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검찰에 수사와 기소 권한을 다 주고 경찰을 철저히 통제하도록 했던 것은 헌법적 결단이 아닌 입법적 결단"이라며 "경찰이 무분별하게 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를 거치도록 (헌법에) 정해뒀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수완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당시 청구인 측은 '영장 청구 여부를 제대로 살피려면 수사 활동을 해야 하는 만큼 영장청구권에 수사권도 내포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영장 신청의 신속성·효율성 측면이 아니라, 법률전문가이자 인권옹호기관인 검사로 하여금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을 통제하는 취지에서 헌법에 도입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향후 공소청 검사에게 기소된 피고인이 '헌법에서 예정하지 않은 공소청 검사에 의해 기소됐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어떤 기관에 속한 검사가 공소제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헌법에 명시되지 않아 심판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서비스 마비...위기경보 '경계' 발령 | 한국일보
- 나경원 "트럼프 '3500억 달러 선불' 발언… 李의 거짓 합의 본질" | 한국일보
- "호남선 불 안 나나" 국힘 의원 망언 파문… 민주당 "자수·사퇴하라" | 한국일보
- 대통령실 참모 평균 재산 22억... 김현지 비서관 '대장동 아파트' 보유 | 한국일보
- [단독] '초코파이 절도' 진실공방 가열… "고양이에 생선 맡긴 셈" vs "10년 넘는 관행" | 한국일보
- '선우은숙 친언니 강제추행' 유영재, 징역 2년 6개월 확정 | 한국일보
- 尹 "1.8평 서바이벌 힘들어"… 특검 수사와 기소 깎아내려 | 한국일보
-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개그계 대부' 전유성 별세 | 한국일보
- 전현희 "김건희 계엄날 성형외과행, 사전 준비 알리바이일 뿐" | 한국일보
- 박나래, 텅 빈 조부모 집 찾아 오열… "무너질 것 같아"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