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건국 이래 처음…검찰 없는 시대

유성운.신수민.김보름.최서인 2025. 9. 2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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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정부조직법 수정안이 26일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종결동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사정(司正)의 칼’이었던 검찰청이 내년 10월 간판을 내린다. 1948년 8월 검찰청법이 제정됐으니 78년 만이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여권 주도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기로 기능을 분리하는 등 13개 부처를 재조(再造)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표결해 가결했다. 재석 180명 가운데 찬성 176명, 반대 1명, 기권 3명이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25일 법안의 본회의 상정 이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벌였지만, 24시간이 지난 이날 여권이 토론 종결 후 강행 처리했다. 1년 후 법이 시행되면 검찰총장·검찰청·검사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기존 검찰 업무 중 수사와 기소 기능은 각각 중수청(행정안전부)과 공소청(법무부)로 나뉘게 된다. 검사 2300명과 수사 인력 7800명의 검찰 인력도 재배치된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간 검찰은 건국 이래 수사·기소권을 쥐고 형사사법 체계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승만 정부 시절엔 비대한 경찰 권력과 과도한 공안몰이 등을 견제하며 한국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후 현직 대통령까지 수사하는 등 살아있는 권력을 치는 ‘사정의 칼’과 전(前) 정권 인사들을 숙청하는 데 쓰이는 ‘권력의 칼’ 사이를 오가며 국민들의 기대와 지탄이 엇갈렸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을 계기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해체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급부상,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외려 정치적 논란은 커졌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과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주가 조작 의혹 수사 등은 권한 남용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증폭시켰고, 민주당 진영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지지를 동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여러 차례 검찰 권한을 줄였고 급기야 이재명 정부에선 해체까지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표결 직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형을 부여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사가 이제 사라졌다”고 논평했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건국 이래 초유의 개편이라 진통도 상당할 전망이다. 일단 졸속 처리 논란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공소청·중수청 설치법 등 추가 논의할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보완수사권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의견 차가 극심하다.


여권 내 이견 조정도 안된 채 강공…공소청 역할도 논란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세부 과제들을 논의한다고 미뤄둔 상태다.

검사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제도 설계를 다 내놓고 법을 개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한 줄짜리 법만 먼저 통과시키고 1년 내에 다듬겠다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25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17시간12분간 사상 최장 필리버스터를 펼친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 숙려기간도 거치지 않고 군사작전하듯 10일 만에 통과시키겠다고 한다”며 “국민 의견을 듣는 국회 입법예고도 아직 안 끝났다”고 했다.

당장 공소청의 역할부터 논란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 권한은 중요한 문제다.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헌법 제84조의 해석에 따라 공수처 같이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구속’을 할 수 있느냐를 문제라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불구속 피의자들은 재판 계속 미루고 싶어할 텐데, 이게 더 쉬워진다”며 “피해자의 고소·고발을 대리한 변호인들 중에서 검찰청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이날 개혁신당 최고위원인 김정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공소청이 수사권 없이 기소만 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①공소청의 위헌성을 다투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구하고 ②수사권 없는 공소청이 피의자를 구속하고 있으니 위법하다고 구속적부심 청구하고 ③ 위헌적 공소청의 공소제기는 아래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공소기각을 주장하면 된다”며 “변호사님들, 우리의 천국이 열렸다”라는 냉소적인 글을 올렸다. 대법원이 11일 검찰청법이 제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넘어선 공소제기는 공소기각 대상이라고 내린 판결 기사를 링크하면서다.

법 통과 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며 “향후 형사사법시스템이 공백 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내 반발이 극심하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가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기형적인 제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법안에 결단코 반대하며 사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줄사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인력의 대거 이탈로 수사 역량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헌 논란도 정리되어야 할 사안이다. 헌법 제89조16호 등은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 대상 중 하나로 규정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24일 “헌법에는 검사의 사무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검찰청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위헌이 아니라고 했지만 같은 날 노만석 대행은 전날 “헌법에 규정된 ‘검찰’을 지우는 것은 도리어 성공적인 검찰개혁에 오점이 될 수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말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형사사법 절차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위헌 제청이 가능할 것 같다”며 “변호사들을 모아 헌법소송을 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진보 우위 상태다(진보 5, 보수 3, 중도 1).

한편 이날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며,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내 원자력 발전 수출 부문을 제외한 에너지 업무를 기후부로 이관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회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법안이 이행되면 자동면직되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내 사형장(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내가 숙청되는 모습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후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안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하락=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민주당 지지율도 38%로 지난주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갤럽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진실 공방, 내란 재판부 변경 등 여당 주도 사안들이 대통령 평가에도 반영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유성운·신수민·김보름·최서인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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