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현금투자 기정사실화… 韓일각 “백악관이 골대 움직여”
美 “韓 3500억 달러는 선불”
李, 통화스와프 안전장치 요구에, 트럼프-러트닉 연달아 韓투자 압박
당초 ‘성공적’이라던 협상 이견 커져… 내달 경주 APEC회담 분수령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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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언론 “러트닉, 韓에 투자 증액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2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본에선 5500억 달러, 한국에선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건 선불”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왼쪽)이 한국 측에 대미 투자 금액을 더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

야당을 중심으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문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이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서명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본이 먼저 미국과의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관세 합의를 통한 투자 유치 성과를 강조하며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며 “그것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한국이 여기에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3500억 달러를 한꺼번에 투자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안전장치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의 현금 투자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미국이 대미 투자 펀드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트닉 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회담에서 대미 투자 규모를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777조 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리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정부에 “투자액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현금 형태로 제공받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났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WSJ는 “한미 무역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다(hits some bumps)”며 “러트닉 장관이 협상에서 강경 입장을 취하면서 일부 한국 측 관계자들은 비공개 자리에서 ‘백악관이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24일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미국이 전달한 MOU 초안이 우리의 이해와 판이하게 달랐다”고 했다.
● 이견 더 커진 韓美, APEC 회담 전 타결도 불투명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러트닉 장관이 대미 투자 펀드 증액을 요구했다는 WSJ 보도에 대해서도 “(증액 관련) 어떠한 요구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는 관세 합의를 위해선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통화 스와프를 요구했으며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3500억 달러를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수익 배분 과정에서도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직접 투자를 많이 할 바에는 차라리 관세를 맞고, 관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을 직접 보조하는 편이 더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냐”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한 만큼 한미가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큰 만큼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조건이 계속 달라지는 유례없는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분야의 악조건을 뚫어내야 하는 만큼 협상은 계속되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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