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논란에도, 미국 증시 견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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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증시의 버블 논란이 뜨겁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가가 “미 증시가 역사상 가장 비싼 레벨에 도달했다”고 경고하지만, 투자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 증시가 버블 레벨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주된 근거는 역사적인 밸류에이션, 즉 기업 가치 평가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미국 상장기업의 PBR(주가 순자산 가치 배율) 레벨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PBR은 주당 순자산 가치와 주가의 배율을 뜻하는데, PBR이 5배라는 것은 순자산 가치의 5배에 주가가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한국의 PBR은 1.1배이니, 미국 주가가 한국보다 5배가량 비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PBR 지표 하나만으로 버블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다시 말해 기업가의 실력에 따라 주가는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회사는 주당 1만원의 자산을 가지고 연 500원을 벌어 5%의 ROE를 기록한 데 그치지만, B 회사는 동일한 자산을 가지고 연 2000원을 번다고 가정하자. 참고로 ROE란 자기자본수익률(Return on Equity)을 줄인 말로, 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의 비율을 뜻한다. 이 사례에서 A 회사의 ROE는 5%, 그리고 B회사는 20%가 된다. A회사에 비해 B회사가 동일한 자본으로 훨씬 더 높은 수익을 기록했으니 PBR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게 사리에 맞다.

그렇다면, 왜 미 증시는 버블 위험을 무시하고 달려가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레버리지 투자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나스닥100 지수, 그리고 신용융자잔고(Margin Debt)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마진콜’을 본 투자자는 이 Margin Debt라는 용어를 잘 알고 있을 텐데, 간단하게 말해 주식담보대출이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주식담보대출은 매우 큰 위험을 지닌다. 왜냐하면 주식 가격이 매일 시장에서 변하는 데다 변동성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2년이나 2009년, 그리고 2022년 같은 시기에는 레버리지 청산이 급격히 벌어진다. 물론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날 때 주식 가격은 매우 가파르게 오른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열망에 찬 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소위 말해 ‘가는 주식만 가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엔비디아를 비롯한 특정 종목만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증시 참여자가 버블 위험을 무시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해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19년간 연준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연준은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역사상 최고 수준임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 번의 인하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산시장에 거품이 꼈음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는 이유는 ‘트럼프에게 줄 선’ FOMC 멤버가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기준금리가 인하되어 주식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기에,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사람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준 의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물론 “시장은 당신이 지불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보다 더 오래 비이성적일 수 있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명언처럼 버블이 언제 꺼질지는 모른다. 참고로 2007년 7월 필자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을 그만두고 은행으로 옮겼는데, 1년 2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주식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필자의 경고가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나, 자산 가격의 변화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라는 것을 독자께서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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