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노스페이스…로켓·위성 개발 '우주로 도약'

2025. 9. 2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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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민간 우주개발 시대
지난 1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최종 시험 발사를 위해 누리호가 기립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 촬영.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를 개척하는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국가(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9년부터 우주개발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스페이스X·보잉 등과 계약했다. 스페이스X는 민간 기업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한 이래 지금껏 NASA를 위해 ISS로 사람이나 화물을 쏘아 올리는 일을 맡고 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발사체 팰컨9은 그 3개를 묶어 54.4t 규모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후속작 팰컨 헤비 등 신기술로 진화했다. 인류가 달을 넘어 화성까지 진출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 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새 패러다임을 ‘뉴스페이스’라 하는데, 한국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의 윤영빈 청장은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을 민간 주도로 본격 전환하겠다”며 “역할 분담을 재정립해 민간 기업의 우주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우주산업 컨트롤타워가 들어서면서 탄력을 받은 산업계는 우주개발 분야 투자를 늘려 최근 주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조물 제작부터 우주발사체·인공위성 개발까지 아우르는 항공우주사업에서 2022년 4910억원이었던 매출이 2023년 5407억원, 지난해 5930억원(전년 대비 9.7% 증가)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수익성도 개선돼 올해 상반기엔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
대한항공, 군수용 무인항공기 등 국산화
대한항공은 올해 4월 3t급 메탄 액체로켓엔진 연소기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앞서 2012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조립 및 발사운용과 엔진 개발에 참여하는 등 노하우를 쌓았다. 이후 공중발사체와 지상발사체, 궤도 수송선, 달 착륙선 등 다양한 우주수송 플랫폼에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주발사체의 핵심 구성품인 3t급 메탄 액체로켓엔진과 공통격벽 추진체 탱크(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연결하는 일체형 구조), 단간 연결 엄빌리컬(Umbilical), 통합 에비오닉스(우주선과 인공위성 등에 사용되는 전자 장비 또는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올해 4월엔 금속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3t급 메탄 액체로켓엔진 연소기의 연소 시험을 수행했다.

남은 하반기 중에는 마찰교반용접(FSW) 방식으로 제작한 공통격벽 추진체 탱크 시험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를 통해 공공 부문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 2040년까지 우주로 물류를 실어 나르는 지속 가능한 우주수송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공위성 개발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앞서 1992년 무궁화위성 개발을 시작으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과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개발에 참여해 기술력을 쌓은 대한항공은 2023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함께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위성 1호기 구조계의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KPS는 지구 궤도를 도는 8기의 위성 무리로, 한반도 인근에 특화된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KPS가 구축되면 국내에서 수십 미터(m)에 달하는 기존 미국형위성항법시스템(GPS) 오차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2035년까지 계획된 KPS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지난 약 20년간 축적한 위성 구조계 개발 기술과 전문인력, 항공우주용 복합재 제작 조립시설 등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우주개발 기술력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글로벌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보잉과 손잡고 현재 보잉 항공기의 날개 끝 장치인 레이키드 윙 팁(Raked wingtip), 날개 아래 유선형 보호 덮개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꼬리 부분에 장착하는 후방 동체인 애프터 보디(Aft body) 등 핵심 구조물 제작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전술급 무인기인 ‘KUS-9’. [사진 대한항공]
유럽의 에어버스와도 협력해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에어버스에 약 4800대의 샤크렛(항공기 날개 끝에 장착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는 구조물)을 공급하는 등 기체(機體) 구조물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무인항공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대한항공은 2007~09년 정부 발주 프로젝트였던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 KUS-7과 KUS-9을 잇따라 개발, 민간 및 군수용 무인항공기 국산화의 기반을 다졌다.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해 기체 크기는 줄이면서 비행시간은 늘리고, 활주로가 없는 산악 지형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무인항공기 전담 사업부를 운영하면서 소형 드론부터 대형 무인항공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제작하고 있다. KUS-FS와 KUS-FT, KUS-VH 등 국군과 지자체에서 실제 활용하는 무인항공기가 이를 통해 탄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 최초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인 누리호의 액체로켓엔진 같은 핵심 구성품을 공급하는 등 누리호 발사 프로젝트를 민간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는 한국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 프로젝트 총괄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직접 차세대 발사체를 만들어야 하는 사업이므로 이를 위해 지난 7월 항우연과 누리호의 설계·제작·발사운영 등 기술을 이전받는 계약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보다 향상된 성능의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민간 주도의 대형 위성 발사와 우주 탐사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스페이스 시대, 민간 역할 점점 커져”
우주개발 분야에서 이들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활약이 커지고 있는 것도 국내 우주산업이 민간 주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이치브이엠은 2022년부터 스페이스X에 특수금속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우주개발 시장에서 강소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자회사 에스아이에스가 자체 개발해 올해 3월 발사한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관측위성(SpaceEye-T) 영상을 다년간 유럽 국가에 공급하는 수천만 유로 규모 임대계약을 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계약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서비스 매출로 높은 영업이익률 기록이 기대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도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노스페이스는 남은 하반기 중 브라질 알칸타라에서 국내 첫 민간 우주발사체인 한빛-나노를 발사할 계획이다. 중량 90㎏급 탑재체를 고도 500㎞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2단형 우주발사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고객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내 민간 기업이 자력으로 상업 발사 시장에 진입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은 관(官) 주도의 20세기형 우주산업 패러다임에 갇혀 민간 주도 우주개발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며 “우주항공청 출범과 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제는 우주개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한국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동참하는 행보를 가속화해야 현재 세계적으로 첨예하게 펼쳐지고 있는 우주개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비영리 우주기구인 스페이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에서 민간이 차지한 지분 비율은 80%대로, 각국 정부가 10~20%가량 비중을 가진 것과 격차가 크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우주개발은 사업의 추진 속도와 사업에 드는 비용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선 민간 기업의 혁신과 투자가 필수”라며 “특히 지속 가능한 개발로 이어지는 경제적 수요 창출, 즉 수익 실현을 위한 사업화의 관점에서 민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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