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통화 스와프 만능 아니다… 외환 위기 대비 ‘단기 안전판’일 뿐”
미국은 장기 투자금을 요구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협상을 위해 정부가 미국 측에 요구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양국이 쉽사리 합의에 이르기는 힘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6일 “통화 스와프는 외환 위기에 대비한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장치이지, 마치 국가 간 대규모 투자를 위한 수단처럼 삼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는 것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했다.
통화 스와프는 한 나라가 외환보유액이 바닥났을 때를 대비해 자국 화폐를 지급하고 타국 돈을 빌려 쓰기로 미리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행이 중국·일본·호주 등 8국 및 다자간에 체결한 통화 스와프 한도는 총 1482억달러로, 대미 투자액(3500억달러)의 절반 이하다.
스와프를 통한 대여 기간은 짧게는 1~3개월에서 길어야 1년 이내다. 과거 미국 측이 한국 등과 맺은 통화 스와프는 기본 약정 기간이 6개월에 불과했다. 이번에 미국 측이 ‘관세 조정’의 대가로 요구한 장기 투자금이라기보다는, 위기가 닥칠 때 조건부로 쓸 수 있는 단기 대여금에 가깝다는 뜻이다.
또 스와프로 돈을 빌릴 때마다 마치 ‘마이너스 대출 이자’처럼 상대국에 수수료도 지급해야 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00~4.25%로 한국(연 2.5%)에 비해 크게 높아 대규모 스와프에 따른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우려가 있다.
통화 스와프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이 체결한다는 점도 변수다. 금융권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소 강하게 비판해온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부탁하고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말이 나온다.
설사 통화 스와프가 성사돼도 3500억달러의 자금 조달은 우리 책임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는 외환보유액을 헐어 쓰고 일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달러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결국 상당액은 국내에서 원화로 조달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꿔야 한다”며 “막대한 자금 조달도 힘들지만 외환 불안 문제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와 비슷한 대미 협상을 한 일본의 경우, 미국과의 무제한 통화 스와프 외에도 순대외금융자산이 3조6200억달러로 우리나라(1조304억달러)의 3배가 넘는 등 경제 규모와 자금 조달 능력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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