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찍어 ‘쇼츠 홍보’… 출마 희망자들 놀이터 된 법사위

국회 법안 심사 최후의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의원 개개인의 인지도 쌓기를 위한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의원들이 보좌진을 동원해 싸우는 장면을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인 ‘쇼츠’로 제작, 자기 홍보용으로 쓰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이 이런 쇼츠를 보고 열광하니까 더 과격하게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깊어지면서 맞고발도 나왔다.
지난 24일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는 한바탕 고성이 오갔다. 상대 당 의원 보좌진이 촬영을 했다는 이유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를 빤히 찍는 저 사람 누구냐”고 소리쳤다. “어느 방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쪽에서 먼저 찍지 않았느냐”고 했고 서 의원은 “XXX 의원 보좌진이냐” “조치를 취해달라”고 맞섰다. 이로 인해 회의는 정회됐다.
속개 이후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번 회의 때 야당 위원석에서 우리 당 위원을 향해서 카메라를 얼굴에 대놓고 찍었다”며 “우리 위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으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비서진이 끝까지 촬영을 하더라”라고 했다. 또 “여야 위원들끼리 싸우는 것은 그렇다 치지만 보좌진까지 큰소리치고 서로 헐뜯게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들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국회 안팎에선 법사위가 의원들의 쇼츠 생산을 위한 놀이터가 되면서 애꿎은 보좌진만 고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한 민주당 의원들은 PD 출신 보좌진이나 홍보 담당 비서관을 채용하는 등 유튜브 영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추미애 위원장이나 김용민 의원 등의 유튜브 채널에는 법사위 회의 이후 직접 제작한 쇼츠가 속속 올라온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인 전현희 의원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들 유튜브엔 ‘추추 트레인(기관차)은 멈추지 않는다’ ‘떼쓰는 국힘 단호하게 정리하는 추미애’ ‘김용민 의원, 나경원 의원에게 한마디’와 같은 제목의 쇼츠가 상당수 올라와 있다. 각 쇼츠는 수천, 수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이 국민의힘과 싸우는 영상을 올려야 좋아한다”고 말했다. 쇼츠 제작에 가장 열을 올리는 건 정청래 민주당 대표다. 정 대표는 유튜브 누적 조회 수만 4억 뷰로 계엄 당시 법사위원장으로서 활약 등을 쇼츠로 제작했고 개딸 지지를 얻어내 당대표까지 당선됐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도 현장 촬영을 시작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보좌진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이른바 ‘쇼츠 각’을 보고 있다가 교묘하게 편집해서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같이 채증해서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우 의원은 23일 라디오에 나와 “(요즘 법사위 발언들을 보면) 쇼츠를 찍으려고 법사위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만큼 내용이 국회의원 품격에 너무 안 맞고 강도가 세다”며 “요즘 이처럼 강하게 발언하는 사람 대부분은 지방선거에 나오려고 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쇼츠 경쟁이 심해지면서 보좌진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왔다. 23일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소속 보좌진은 추미애 위원장 옆에 배석해 있던 법사위 행정실장에게 “국정감사 계획서(안)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회의 진행 중에 위원장을 보좌하는 행정실 직원의 업무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 서영교 의원은 이후 특정 보좌진의 실명을 거론하며 “XXX 보좌진이 누구냐”며 “국민의힘 의원에게 다 보냈는데 왜 안 받았다고 위원장을 못살게 구느냐”고 했다. 이후 추 위원장과 서 의원이 호통을 치는 모습과 해당 보좌진의 모습이 함께 쇼츠로 제작돼 퍼지면서 보좌진은 강성 지지자들에게 ‘내란당의 보좌진’이라며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보좌진 협의회는 논평을 내고 “보좌진 겁박하고 좌표 찍은 서영교 의원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법사위 여야 갈등은 공방을 넘어 상호 고발전으로 번졌다. 26일 오전 민주당은 서울경찰청에 법사위 소속 나경원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며 “민주당 의원 전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김민석 국무총리와 민주당 의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나 의원을 고발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국민의힘이 추 위원장을 고발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추 위원장의 독단적이고 위법적인 법사위 운영에 대해 직권남용죄로 고발한다“고 했다. 민주당 친명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있고 한미 관세 협상 등으로 우리나라 외교와 경제가 중요한 순간에 놓인 가운데 법사위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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