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가 부른 외환위기… 구조 개혁의 계기였다”

권순완 기자 2025. 9. 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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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10주기 4차 세미나

“1997년 외환 위기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지만, 한편으론 그로 인해 전에 이루지 못한 구조 개혁을 성공시켰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의 도약이 이뤄졌습니다.”(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26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 도서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의 건국,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 4차 세미나는 김영삼 정부와 그 이후 정부들의 성과와 한계 등을 다뤘다. 참석자들은 김영삼 정부 말기 시작된 1997~1998년 외환 위기의 원인과 교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26일 오후 서울 김영삼 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건국,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 세미나에서 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가 ‘문민정부의 변화와 개혁의 성과’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발제자로 나선 이홍규 명예교수는 “당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서 ‘회색 코뿔소(눈에 잘 띄지만 간과되는 위험)’가 존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마불사론’을 믿고 부채 위험을 무시하는 재벌, 관치에 안주해 대출 위험에 둔감해진 금융권, 생산성 향상엔 관심 없는 노조, ‘한국은 괜찮다’는 경제 관료들의 안이한 인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안진원 한동대 교수는 “재벌의 지나친 차입을 정부가 방치하고 금융 감독을 부실하게 한 결과”라고 했다.

세미나에선 외환 위기로 기업, 금융 감독, 노조의 고질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한국 경제를 개혁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명예교수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기업 구조 개혁이 없었다면, 이후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왔을 때 한국이 별 타격 없이 넘어가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도 “정부·재벌·노동자가 모두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는 김 전 대통령이 재임기 시절 거둔 ‘자기 희생적’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김 전 대통령은 개혁의 아이콘인데, 개혁은 근본적으로 자기 팔, 다리를 자르는 것”이라며 “금융 실명제를 하지 않고 하나회를 청산하지 않았다면 (김 전 대통령 본인은) 훨씬 수월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들의 공과(功過)도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됐다. 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에 의해 완성된 한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켰고, 외환 위기를 조기 종식시키는 역사적 업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통령의 세 아들과 측근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것은 과오로 봤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노무현 정부), 4대강 사업으로 녹색 성장 달성(이명박 정부), 코로나 사태 극복(문재인 정부) 등을 이후 정부들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았다.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과 조선일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지난 6월부터 ‘대한민국의 건국,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이날 4차 세미나엔 김형오 전 의장,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이경재·여상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마지막 5차 세미나는 10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세미나 발제문 전문은 아래 링크

문민정부의 ‘변화와 개혁’의 성과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5/09/27/T42EFVE2X5HQTNJAC4D7GDFXQQ/

김대중 정부 이후의 공(功)과 과(過)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5/09/27/XBKSRL5CMRDZJPY6XDBMCI4N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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