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부모님 묘소 무너질 뻔… 실내로 옮겨 모시려는 이유”

김성윤 기자 2025. 9. 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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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호우·폭염 등 기상이변에
바뀌는 장례·성묘 문화
폭우·폭염 등 기후변화로 야외 성묘 환경이 나빠지자 묘를 정리하고 실내 봉안당으로 이장하는 이가 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용인공원 아너스톤

한선희(73)씨는 20여 년 전 돌아가신 부모를 모셨던 야외 공원묘지 봉분을 정리하고 유골을 화장해 실내 봉안당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한씨는 “7월 집중호우 때 선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무너졌는데 하마터면 봉분이 망가지고 부모님 유골까지 유실될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며 “여름이면 폭염, 겨울이면 혹한이 갈수록 심해지니 봉안당에 모시는 게 앞으로 성묘 오기에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야외 성묘 환경이 나빠지자 한씨처럼 야외 묘를 정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화장(火葬) 대기 문제, 친환경 장례 확산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한국 장묘 문화 전반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야외 묘지 대신 실내 봉안당

장묘 전문 기업 용인공원 측은 “올해 6~8월 야외 묘지에서 실내 봉안당 ‘아너스톤’으로 이장한 건수는 월평균 15~2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3건)의 약 7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용인공원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올여름 역대 최악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날씨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추모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올 6~8월 전국 일평균 기온은 25.7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치솟는 기온으로 야외 활동이 어려워진 데다 시간당 150mm에 육박하는 국지성 폭우가 빈번해지면서 묘소 유실이라는 실질적 위협까지 더해졌다. 이 때문에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실내 추모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화장보다 친환경 대안 모색

요즘 삼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사실상 ‘사(4)일장’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매장은 확연히 감소하고 화장이 압도적 대세가 됐지만, 화장장은 턱없이 부족해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3%에서 지난해 74.9%로 떨어졌다. 서울은 하락세가 더욱 심하다. 서울의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1.3%에서 지난해 52.9%로 급락했다.

그렇다고 화장장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례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화장장도 주민 민원이 빗발쳐 운영이 어려운데, 새로 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화장 수요는 늘어나는데 시설 확충은 막혀 있다 보니,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화장의 대안으로 ‘수(水) 분해장’이 주목받고 있다. 수 분해장은 시신을 알칼리 용액과 열, 압력을 이용해 가수분해한다. 수 분해장 장비에 시신을 넣고 60~90분 가수분해 과정을 거치면 시신의 유기물이 녹아 나온 반응수와 물러진 뼈만 남는다. 반응수는 폐기하고, 뼈는 말려서 곱게 갈아 분골함에 담아 유족에게 돌려준다. 불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이라 탄소 배출량이 화장보다 약 96% 감소한다. 소음이나 진동, 열기도 거의 나지 않는다. 미국 36주와 캐나다·영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법적으로 허용했다. 국내에서는 동물 장례에 한해 할 수 있다.

◇한지 수의, 종이 관, 가공화

장례식장 조문객 접대나 성묘도 친환경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장례 식당에서 조문객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대부분 일회용 식기에 담는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 곳당 연간 116만개, 전국 장례식장에서 3억700만개 일회용 용기가 배출된다.

일회 용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 용기를 도입하는 장례식장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료원이 2023년 전국 최초로 다회 용기를 도입한 데 이어,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상급 종합병원 최초로 장례식장에 다회 용기를 도입했다. 강원도 춘천시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역 내 모든 장례식장에 다회 용기를 도입했다.

성묘 때 들고 가는 플라스틱 조화(造花)는 해마다 1500t이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화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비닐, 철심으로 만들어져 재활용과 분리 배출이 어렵고,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대기·토양·해양을 오염시킨다. 3개월 이상 야외에 놔두면 풍화되면서 미세 플라스틱 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화 헌화를 금지하는 지자체가 늘어가고 있다. 다만 “1년에 잘해야 서너 번 성묘 가는데 시들어버리는 생화를 어떻게 놓느냐” “화병이 비거나 시든 꽃이 꽂혀 있으면 산소가 버려진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성묘객 반발도 상당하다.

국립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근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국가보훈부는 지난해부터 생화에 특수 보존액을 입혀 장기 보존이 가능한 친환경 ‘가공화(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헌화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000일 동안 시들지 않고 싱싱함을 유지한다고 해서 ‘천일화’라고도 하는 가공화는 1980년대 유럽에서 기술을 개발했고, 국내에는 20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소개됐다. 2008년 가공 용액 국산화에 성공해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민간 장례 시장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적인 삼베 수의와 나무 관을 대체할 한지(韓紙) 수의, 종이 관이 제작·판매되고 있다. 한지 수의는 완벽하게 연소돼 잔존물이 적고 합성섬유가 사용되지 않으며 100% 자연 분해된다. 종이 관은 특수 골판지를 못이나 본드 대신 식물성 접착제를 사용해 만든다. 태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시간 20분으로 나무 관(약 4시간)보다 훨씬 짧고 가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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