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후로캰

2025. 9.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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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에 있을 때 매일 목욕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일본 사람의 70% 이상이 매일 목욕을 한다.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의 오피스텔에는 욕조가 없어 목욕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목욕을 하면 혈액 순환이 잘 돼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목욕을 안 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목욕하려고 했다가 취소하는 것을 ‘후로캰’이라고 한다. 목욕은 일본어로 ‘후로’라고 하고, 영어 캔슬은 일본 발음으로 ‘캰세루’다. 이를 합쳐서 만든 ‘후로캰’이라는 신조어가 작년부터 유행하고 있다.

‘후로캰’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한 네티즌이 SNS에 올린 글이 계기가 됐다. 그는 “목욕하는 것이 너무 싫다”며 물을 안 써도 머리를 감을 수 있는 드라이 샴푸를 소개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이 글은 널리 퍼지게 됐다.

그렇다면 일부 일본인들이 목욕을 자주 안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스트레스나 피로에 지쳐 목욕하는 것을 귀찮은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목욕이 오히려 물을 받아야 하고 욕조 청소를 해야 하는 등 잡일을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욕은커녕 샤워도 안 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이들은 옷을 벗는 것도 몸을 씻는 것도 귀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목욕을 자주 안 하는 이유가 단순히 자질구레한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이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후로캰’의 장점을 주장하는 글들을 읽어보면 설득력이 있는 내용도 있다. 바로 물 절약이다. 일반 욕조를 채우기 위해서는 약 200L의 물이 필요하다. 이처럼 많은 양의 물을 매일 잠깐 쓰고 버리는 것이 아깝긴 하다.

일본인들이 옛날에도 매일 목욕을 했는지 궁금해서 알아봤다. 서민의 집에 욕조를 설치하는 것이 금지된 에도시대에도 사람들이 매일 목욕탕에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동네마다 오래된 목욕탕이 있는 것도 이런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면 물 절약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서 목욕하는 것도 꺼리는 사람들에겐 목욕탕에서 씻는 것이 더욱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 같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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