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조직 개편이 ‘묻지 마 속도전’으로 처리된 나라

검찰청을 78년 만에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부 조직 개편안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위 당정 협의로 개편 내용을 확정한 지 20일 만이다. 예산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넘어가고, 산업부의 원전 등 에너지 정책은 환경부가 이름을 바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다.
이번 개편은 ‘당정 협의 이후 20일, 국회 논의 10일’이라는 시한을 못 박을 때부터 부실과 졸속이 예고됐다. 당초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로 개편하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가 맡기로 했던 개편안은 법안 처리 전날 갑자기 백지화됐다. 당정은 야당의 반대와 경제 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동안 민주당은 야당을 없는 것처럼 대해 왔다. 실제 이유는 금감원 직원들의 반대 시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조직 개편이 얼마나 졸속이면 시위한다고 백지화되나.
‘묻지 마 속도전’을 하다 보니 민주당은 야당 반발에도 법안소위 심사를 단 2시간 만에 끝내는 일도 있었다.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을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 잘못 표기하는 등 명칭 오류와 법안 곳곳에서 오탈자가 나와 실무자들이 이를 수정했다고 한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는 검찰청 폐지와 에너지 정책 등 국민 생활과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들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선(先)처리, 후(後)보완’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 없이 처리됐다. 검찰청은 없어졌는데 2300명이나 되는 검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검찰청 폐지 시행을 1년 유예하기로 했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 여부와 국가수사위 문제 등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
국가의 장기 경제 전략으로 다뤄야 하는 에너지 정책을 환경 규제 관점으로 보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우려가 컸지만 수정 없이 처리됐다.
정부 조직 개편은 이재명 정부 5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민주당이 일방 처리하는 정쟁 법안이 아니다. 정부 조직은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 있으면 나중에 고치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나중에 국회 구도가 바뀌면 지금 개편은 또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나라가 이렇게 운영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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