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전공, 졸업 후 생존 걱정…지원 강화하면 K팝 같은 성과 가능"

K팝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 다른 콘텐츠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애니메이션 역시 큰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아기상어, 티니핑 등의 작품은 큰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을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은 그 이면에 열악한 제작 환경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애니메이터들의 처우 등 취약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같은 애니메이션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26일 서울 중구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에서 '미래를 위한 지금, 한국 애니메이션을 고민하다'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의 참석자들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생태계의 한계를 짚어보고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애니메이션 하면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1차적으로는 단편이 먼저다"며 "이러한 단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서울시의 인디서울(독립영화 공공 상영회)과 같은 것을 통해 일단 많이 상영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훈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미주·유럽 수출지원팀장은 "콘진원은 국고 수탁 기관이다 보니 1년 단위로 회계가 끊겨 (지원이) 애니메이션 제작 주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구조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출연금 등 개편이 이뤄져야 산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제도적 한계를 짚었다.
이명세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모든 영화인이 바라는 건 지속 가능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며 "프랑스의 CNC(국립 영화 및 애니메이션 센터)의 제도가 우수한데,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벤치마킹하면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소영 하이브미디어코프 이사는 환경적 변화와 기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OTT(디지털 콘텐츠 배포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극장용 콘텐츠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애니메이션이 대체 콘텐츠로 부상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이민 정책으로 픽사 등의 우수한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해고되면서 아시아 등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투자 받을 수 있는 루트가 없고, OTT도 IP(지식재산권)을 다 가져가는 구조라 수익엔 불리한데, (정부에서) 금융 지원 같은 것을 더 고민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박혜원 학생은 "졸업한 많은 친구들이 업계 현실에 치여서 일을 그만두거나 일본으로 가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 노력을 해도 막상 일을 하려면 길이 안 보이고 생존의 문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은 혼자 하는게 아닌데, 많은 인재들이 있어도 이들을 연결할 시스템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며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도 많은 품이 드는 만큼 학생들이 말이 안되는 작품이라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의 조은교 학생은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를 함에도 한국 작품을 보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며 "학교에서 구도를 잡는 등 작화 부분은 충분히 교육받는데 기획과 관련해서는 약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스쿨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경험이 쌓이는 게 중요한데, 기업에서 월급을 줘가며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다보니 그만큼 성과를 낼 수 없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재 강동대 만화웹툰콘텐츠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한 후 2년 정도까지는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다 보니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며 "애니메이션 지원 산업도 기간이 너무 짧은데 창작자들이 신나게 만들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진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 교수"해외에는 (애니메이션 관련) 논문을 올리면 오픈 소스로 세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다"며 "그럼 전 세계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학자로서 이를 통해 우리 작품을 전파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재훈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미국처럼 큰 시장이 있지도 않고, 일본처럼 장인 정신에 기댄 것도 아니다"며 "주로 지원을 받아서 작품을 하는데, 몇 개월 내로 끝내야 한다 이런 식이 아니라 기간에 대한 불안감 없이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면 K팝 아이돌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발표를 들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여러 콘텐츠 중 ) 애니메이션이 사실 가장 창조적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많이 담고 있고 볼 때 가장 자극을 많이 받는 매체다"며 "게임, 영화 등과도 다 연관되고, 산업적으로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간담회에서 복합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은 충분한 지원이 중요하고, 여러 가지 끊긴 부분을 연결해야 할 것 같다"며 "지속적이고 안정적 지원은 단순히 제작뿐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의 삶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연관된 흐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관심과 뚝심으로, 앞으로 이러한 자리를 더 가져 업계의 고민을 모아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고, 정부정책에 잘 반영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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