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유엔의 발휘하지 못한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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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트럼프는 유엔 연단에서 "어떤 지도자도 하지 못한 일(전쟁 종식)"이라 자평했다.
이 정도면 트럼프가 유엔을 비판하고 자신을 추켜세운 게 마냥 터무니없다고 볼 일도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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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했다. 2019년 연단에 처음 올랐을 때와 달랐다. 그의 입은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은 각국 정상의 시선을 붙잡았다. 전 세계를 향해 던진 관세폭탄,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이들 이슈를 좌지우지할 주인공은 다름 아닌 트럼프여서다. 그러나 그가 연설에서 힘을 실은 발언은 역시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리는 '빌드업'이었다. 무려 7개 전쟁을 종식시켰다는 주장.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들렸다.
□ 워싱턴포스트가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다수(76%)는 '트럼프는 평화상 수상자로 자격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트럼프는 유엔 연단에서 "어떤 지도자도 하지 못한 일(전쟁 종식)"이라 자평했다. 이런 그가 겨냥한 표적은 공교롭게 행사 주체 유엔이었다. 중재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공허한 말만 했다.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노벨상으로 향하는 탄탄대로를 가로막는, 유엔이라는 걸림돌을 발로 걷어차는 강변이었다.
□ 하필 자신과 멜라니아 여사 앞에 멈춘 에스컬레이터와 프롬프트에 그저 화가 났기 때문은 아닐 테다. 사실 트럼프가 유엔을 대놓고 비난할 수 있었던 데엔 80년간 보여준 무능과 위선의 역사가 한몫했을 것이다. 유엔은 국제사회라는 미명 뒤에 숨어 많은 오점을 인류사에 남겼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앞에서 방관했으며, 1975년 우간다 독재자 이디 아민에게는 기립박수를 선사했다. 2017년엔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뒤늦게 대응했다.
□ 유엔이 수없이 내놨던 결의안 중 효과를 보인 게 얼마나 될까. 1948년 시작된 카슈미르 분쟁부터 2022년 러우 전쟁까지 어떤 결의안이 무기를 내려놓게 했는가. 이 정도면 트럼프가 유엔을 비판하고 자신을 추켜세운 게 마냥 터무니없다고 볼 일도 아니지 싶다. 유엔으로 모인 리더들은 이스라엘 가자침공을 규탄하며 '두 국가 해법'에 대부분 손을 들었다. 다자주의가 다시 모욕을 당해서야 되겠나. 부디 유엔은 잠재력을 발휘하길.
양홍주 논설위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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