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기마다 55만 원짜리 모니터…‘4억’ 들어간 사업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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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화장실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시 주유소(ex-oil) 화장실을 전면 개보수하면서, '주유 상황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를 함께 설치했습니다.
전국 177개 주유소 화장실에 708대의 모니터가 설치됐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화장실에 모니터가 있는 게 불쾌하고, 주유소는 셀프로 이용하는데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굳이 모니터를 볼 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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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화장실입니다. 변기마다 '모니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직접 가서 보니, 주유 상황을 비추는 CCTV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휴게소에는, (사진 오른쪽처럼) 모니터가 설치됐다 뜯긴 흔적만 있었습니다.
'변기 앞 모니터'... 왜 설치됐고, 왜 뜯겨나갔을까요?
■ 지난해 12월 설치…목적은?
취재해 보니, 모니터 설치 시점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시 주유소(ex-oil) 화장실을 전면 개보수하면서, '주유 상황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를 함께 설치했습니다.
"고객이 주유 중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도난을 예방하고, 화재 및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전국 177개 주유소 화장실에 708대의 모니터가 설치됐습니다.
비용은 총 3억 9천만 원. 모니터 1대당 평균 55만 원입니다.
주유소를 이용 중인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한 시민은 "급한 용무를 볼 때 밖에서 차 상태를 볼 수 있으니까 좋다"며 "타인이 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도, 따로 악용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반면 다른 화물차 운전자는 "어떨 때는 불쾌감이 많이 느껴진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화장실에 모니터가 있는 게 불쾌하고, 주유소는 셀프로 이용하는데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굳이 모니터를 볼 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 '개인정보 침해' 민원 들어오고 나서야 취한 조치는?
그런데 이 모니터를, 지금은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해 6월 수도권의 한 휴게소에서 접수된 민원이 발단이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찍히는 화면을 누구나 본다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니냐'
실제로 법원은 CCTV로 촬영된 개인의 초상, 신체의 모습과 위치정보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원이 들어오자, 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는 그제야 법률자문을 구했습니다.
결과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본건 송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고객 편의 제공으로, 이는 주유소 CCTV의 본래 설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범죄 예방,시설의 안전 및 관리, 화재 예방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고객이 화장실 내에서 자신의 차량 주유·주차 상황을 확인하지 않으면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거나,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 법률 자문 결과 중
결국 일부 수도권 주유소는 자체 판단하에 모니터를 철거했습니다.

■ 대당 50만 원, 총 4억 썼는데…결국 "송출 중단"
사업 추진 단계부터 이런 문제를 예상할 순 없었던 걸까요?
KBS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도로공사는 "주유소 이용 고객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설치된 시스템이었으나,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후 "설치된 모니터에서 CCTV 영상 송출을 모두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 연 1조 원 정부 출자금 받는 도로공사…"공익 목적에 쓰겠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통행료, 휴게소 수익 등 자체 수입으로도 사업을 운영하지만, 전체 예산 중 10% 내외는 정부 출자금입니다.
이 문제를 지적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한국도로공사는 연 1조 원 이상의 정부 출자금을 받는 공공기관"이라면서 "그럼에도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사업을 충분한 점검 없이 시행했다는 데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로공사는 철거되지 않은 모니터들은 교통사고 예방 등 공익 목적의 영상을 재생하는 용도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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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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