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한복판에 中 ‘슈퍼 대사관’ 추진… 현지선 “간첩 활동 우려”

김송이 기자 2025. 9. 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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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中 대사관 계획 승인 여부 결정
완공 시 유럽 최대 중국대사관 예정
금융 중심지 위치, ‘中 해킹’ 우려도
英 정권 바뀌며 승인 가능성 높아져

중국이 영국 런던 한복판에 유럽 최대 규모의 대사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사관이 런던 주요 시설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현지에서는 중국의 간첩 활동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중국대사관 신축 건물 건립을 추진 중인 옛 왕립 조폐국 부지 ‘로열 민트 코트’ 모습 / EPA=연합

2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다음 달 중국 정부가 영국 왕실 소유였던 왕립 조폐국 부지 ‘로열 민트 코트’에 대사관과 문화 교류 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허가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2만㎡ 규모의 로열 민트 코트 부지를 2억5500만 파운드(약 4812억원)에 매입했다.

완공되면 유럽 최대 규모의 중국 대사관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직원용 숙소 225채와 비자 처리 센터, 문화유산 해설관 등을 포함한 연면적 약 5만 6000㎡의 신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재 런던 메릴번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 본관의 거의 10배에 달하며, 전 세계 중국 대사관 중에서도 큰 규모로 꼽히는 서울 명동 주한 중국 대사관(연면적 1만 7199㎡)의 약 3배에 해당한다.

로열 민트 코트 부지가 런던탑과 시티 오브 런던 등 주요 랜드마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대사관이 유럽 내 ‘간첩 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영국과 중국의 관계가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아 중국 대사관 건립 추진은 정부 고위층 사이에서도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WSJ는 전했다.

앞서 안젤라 레이너 영국 주택장관은 지난달 설계도에 표시된 중국 대사관 건물 중 두 개가 ‘보안상 이유’로 가려진 데다 용도가 불분명한 거대한 지하 공간도 존재한다며, 중국 측에 그 이유와 정당성을 상세히 설명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특히 대사관 부지가 런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중국이 지하 케이블을 해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비난을 받아왔으며, 지난달 영국은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인 미국과 함께 중국 정부가 최소 200개 미국 조직과 80개국을 대상으로 해킹 공격을 벌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로열 민트 코트 부지 인근에는 1985년부터 런던 금융가 수백 개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해온 템스강 하부 광섬유 케이블 터널이 있다. 또 부지 안에는 런던 금융가와 연결된 5층짜리 벽돌 건물 ‘워핑 전화 교환국’이 자리하고 있다.

사우샘프턴대의 광전자학 연구자 페리클리스 페트로풀로스 교수는 중국이 가동 중인 전화 교환국에 직접 접근할 경우 민감한 정보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에서 안보 업무를 담당한 한 전문가는 “대사관으로부터 최대 800m 이내는 모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사관이 반(反)체제 인사 탄압에 앞장서 왔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도 중국대사관 새 부지 인근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가 출신으로 2021년 영국으로 망명한 라우 카만(30) ‘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자가 맨체스터 주재 중국 영사관 내부로 끌려 들어가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WSJ는 “새 중국 대사관이 반체제 인사들을 구금하고 심문하는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거대한 대사관을 통해 중국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괴롭히고 심지어 그 건물 안에 구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대사관 신축 계획은 2022년 지역 의회가 영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안전, 잦은 시위 발생 가능성, 부지의 역사적 의미 등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한 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이 집권하자, 중국은 곧바로 대사관 건립을 위한 새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중국대사관 건축 사안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스타머 정부는 대사관 건축에 대한 허가권을 지역 자치단체에서 중앙 정부로 이관했다. 이를 두고 영국 정부가 중국 대사관 신축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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