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vs 파퀴아오, 싸우면 누가 이길까? 관건은 '이 근육'

백우진 2025. 9. 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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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심신탐구]
이소룡이 영화 '맹룡과강'에서 결투를 앞두고 근육을 풀면서 광배근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영화 캡처

"캡틴 아메리카랑 아이언맨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이런 의문은 세대마다 달라진다. 이전 만화영화 세대에게는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가 이야깃거리였다.

세대 간 대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배우이자 무술인 이소룡과 권투선수 매니 파퀴아오가 대결하면 승부가 어떻게 날까? 이 질문은 '만약' '어떤 조건이라면' 등 전제나 단서에 따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보는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물음을 좁히고 답하는 과정에서 격투기 승부의 관건과 펀치의 비결이 드러난다.

여러 무술 섭렵한 절권도 창시자 vs 8체급 석권한 불세출의 복서

먼저 두 선수를 소개한다.

이소룡(1940~73). 영어명 브루스 리(Bruce Lee). 키 173㎝에 몸무게는 평소 61㎏ 전후였고 영화 촬영 때에는 58㎏ 정도로 감량했다. 어려서부터 태극권과 영춘권을 연마했다. 24세 때인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국제 가라테 선수권 대회에서 초청 시범인으로서 '1인치 펀치'를 선보였다. 이후 실전성과 단순성을 지향하는 무술 절권도를 창시했다.

매니 파퀴아오. 1978년생. 신장 166㎝. 세계 복싱 역사상 전무했고 후무할 8체급 석권 기록을 세웠다. 플라이급에서 시작해 슈퍼웰터급까지 제패했다. 슈퍼웰터급은 154파운드(69.85㎏) 이하. 73전 62승(39KO), 8패, 3무승부를 기록했다. 기본부터 변칙까지, 복싱의 모든 기술에 능수능란하다고 평가받았다.

키는 이소룡이 더 크지만, 체중은 최고 체급을 기준으로 파퀴아오가 더 나갔다. 그러나 파퀴아오가 섭렵한 체급의 중간 정도가 이소룡의 체중과 엇비슷하니, 둘이 동시대인이었다면 같은 급에서 겨루는 대결이 가능했다. (격투기에서는 '체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상대 선수의 체급이 하나만 높아도 타격의 강도가 훨씬 커진다는 뜻이다.)

두 선수의 대결은 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종격투기라면 발차기에 능한 이소룡이 유리해진다. 그러나 사각의 링에서 권투의 규칙을 적용한다면 파퀴아오가 더 능숙하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매니 파퀴아오(왼쪽)가 2012년 12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계체량 행사에서 전거근에 힘을 주고 있다. 오른쪽은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 사진=연합뉴스

룰은 논외로 하고, 이제 펀치에 집중하기로 한다. 이소룡은 영화에서 훈련할 때나 결투를 앞두고 광배근을 펼쳐 보였다. 로마 콜로세움 결투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 '맹룡과강'에 그 장면이 두 번 나온다. 반면 파퀴아오는 전거근을 강조했다. 매치 전날 열리는 계체량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할 때면 늘 특유의 포즈를 취하며 전거근의 '톱날'을 세웠다. 필자는 복서를 볼 때마다 전거근에 주목하는데, 파퀴아오처럼 전거근을 뚜렷하게 발달시킨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전거근은 '앞톱니근'을 뜻하고, 이름 그대로 톱니 모양을 하고 있다. 전거근은 갈비뼈 중 첫째부터 아홉째를 견갑골(어깨뼈)과 연결한다. 전거근은 어깨뼈를 안정시켜 어깨 움직임을 조절하는 등 역할을 한다. 또 팔을 앞으로 뻗는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광배근은 활배근, 넓은등근이라고도 불리며, 허리에서 등에 걸쳐 큰 삼각형 모양으로 퍼져 있다. 들어올린 팔을 내리는 등의 작용을 한다.

이소룡은 전거근은 상대적으로 키우지 않았다. 영화 '맹룡과강'의 이 장면에서 확인된다. 사진=영화 캡처

주먹의 힘은 '주먹'에서 나오지 않는다. 펀치의 힘은 근육에서 비롯된다. 이소룡이 코브라처럼 펼친 광배근에서 나올까, 파퀴아오가 강조하는 전거근에서 나올까?

광배근 아니라 전거근이 '복서의 근육'

광배근은 당기는 근육이다. 주먹을 내지르는 동작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쓴다. 따라서 광배근을 아무리 넓게 키워도 펀치에 실리는 파괴력을 더하지 못한다. 전거근은 팔을 뻗는 데 쓰인다. 팔의 끝에 있는 손을 말아 주먹을 쥐면, 전거근이 강할수록 주먹에 힘이 실린다.

복서가 구사하는 주먹은 잽부터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 다양하다. 파퀴아오는 모든 '무기'를 잘 구사했지만, 필자 눈에는 스트레이트가 일품이었다. 그의 스트레이트는 팔이 거의 펴진 다음에 상대방을 가격하더라도 파괴력을 유지했다. 전거근의 힘이었고,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전거근을 누구보다 강하게 단련했고 자랑했다. (재미난 점은 그가 자기 스트레이트 파워의 원천이 전거근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으니, 굳이 답하지 않은 게 아닐까 추측한다. 일종의 영업 비밀이니.)

스트레이트 파워의 원천이 전거근이라는 사실은 필자의 추측이 아니다. 백과사전 《두피디아》의 '전거근' 항목을 보면, 해부학자로 짐작되는 필자가 이렇게 설명한다. "특히 펀치하는 동작을 취할 때 어깨뼈를 흉곽 주위로 당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복서의 근육(boxer's muscle)'이라고도 불린다."

아쉽게도 이 지식은 국내 권투계에는 덜 알려졌다. 선수 출신이 쓴 책 《주먹이 운다》는 스트레이트 파워를 키우는 방법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한다. "급한 마음에 팔의 힘으로만 공격을 하면 상대에게 아무런 충격을 줄 수 없으니 연습할 때도 항상 주먹 끝에 힘을 모은다는 생각을 가지고 훈련하자."

달리 표현하면, '스트레이트의 파워는 정신력 집중에 달렸다'는 식이다. 그런 훈련을 무한히 반복하다가 불현듯 주먹 끝에 힘을 싣는 원리를 깨우치게 되는 선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경로를 훈련 방법으로 권할 일은 아니다.

'원 인치 펀치'?...상대방이 그 거리를 그냥 허용할 리가 없어

원 인치 펀치를 들어 이소룡의 주먹이 무서웠다고 반박할 분이 계시겠다. 그 펀치 또한 주먹에 대한 이소룡의 연구가 부족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다른 근거다. 격투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를 상대방이 허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라면 몸통이 아니라 턱을 때려야 가장 큰 충격을 준다.

싸움의 승부를 가르는 첫 열쇠가 거리다. 마이크 타이슨이 핵펀치를 날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동시대 헤비급 선수 중 가장 민첩해 상대방의 주먹을 피하면서 거리를 좁힌 덕분이다. 물론, 풋워크와 위빙 외에 그가 거리를 좁히는 데 구사한 다른 방법으로 바디 블로도 있다. '상대방이 코앞에 있다면?'이라는 싱황은 실전에서는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잽은 그야말로 잽이다. 훅은 적중률이 떨어지고, 타격하지 못할 경우 역공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바디 블로와 어퍼컷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힌 다음에 가능한 펀치다. 이들 동작에 비해 스트레이트는 적중률이 높다. 유효타를 많이 올릴 수 있다. 그런 스트레이트에 힘을 실을 수 있으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전거근이 중요한 이유다.

광배근은 랫 풀 다운으로, 전거근은 푸시업 플러스로 단련

주먹의 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광배근을 경시했다는 인상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광배근은 광배근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봉을 잡고 몸을 끌어올릴 때, 수영 자유형의 스트로크 동작을 할 때 쓰인다. 광배근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기구 운동이 '랫 풀 다운(lat pull down)이다. 랫이 바로 광배근(latissimus dorsi)에서 따온 단어다.

전거근은 푸시업 플러스(push-up plus)를 통해 강화할 수 있다. 푸시업 플러스는 푸시업과 달리 팔을 굽히지 않고 한다. 견갑골 사이를 좁히면서 상체를 한껏 내린 뒤, 다시 상체를 밀어올리는 동작이다. 푸시업 플러스는 견갑골 푸시업(scapular push-up), 전거근 푸시업(serratus anterior push-up)이라고도 불린다.

진지한 취미로 복싱을 즐기시는가? 매운 스트레이트를 장착해 당신의 복싱을 한 차원 올리고 싶은가? 당장 엎드리라. 푸시업 플러스를 한 번에 몇 회 할 수 있나? 어느 단계가 지난 다음엔 등에 하중을 얹어서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당신의 스트레이트에 실리는 힘이 달라진다.

'전거근 하나면 어디 가서 주먹으로 밀리지 않는다.' 이 글은 이렇게 단순한 주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복싱과 싸움의 승부를 가르는 변수는 스트레이트 이외에도 많다. 필자는 다만 이왕이면 스트레이트를 더 강력하게 장착할 수 있고, 그 방법은 전거근 단련이라고 소개할 따름이다.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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