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정재일의 첫 관현악곡…영화처럼 펼쳐진 지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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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폰과 심벌즈, 베이스드럼 등 타악기가 일제히 '쨍'하고 연주되며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렸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 작곡가가 처음으로 만든 풀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곡 '인페르노'(Inferno·지옥)가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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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 한계에 갇혔단 아쉬움도…내달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실로폰과 심벌즈, 베이스드럼 등 타악기가 일제히 '쨍'하고 연주되며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렸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 작곡가가 처음으로 만든 풀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곡 '인페르노'(Inferno·지옥)가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공개됐다.
서울시향 음악 감독인 얍 판 츠베덴의 의뢰를 받고 작곡한 '인페르노'는 이탈로 칼비노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관현악의 강렬한 화음으로 시작한 '인페르노' 1악장은 지옥에 당도한 자의 절망과 체념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곧이어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의 서정적인 선율이 따라오면서 슬픔은 한층 더 고조된다. 츠베덴 감독은 무려 9대의 콘트라베이스를 악단에 편성해 지옥의 무거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2악장은 혼돈으로 가득 찬 지옥의 풍경을 본격적으로 펼쳐냈다. 저음역의 현악기가 스산한 분위기의 연주를 집요하게 반복하고, 중간중간 관악기가 끼어들면서 관객의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렸다. 불협화음으로 이뤄진 3악장이 곧바로 이어지면서 참혹한 지옥의 풍경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인페르노'의 진짜 주제는 마지막 4악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옥 한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 지속시키라'는 작곡가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악장이었다. 현악기와 관악기의 서정적 선율이 교차로 쌓여가면서 관객을 지옥의 출구로 안내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흐르는 '인페르노'는 관현악곡이 갖춰야 할 요소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모범생' 같은 곡이었다. '영화음악 작곡가'라는 정체성이 강했던 정재일에게 '클래식 작곡가'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지옥의 풍경을 실감 나게 형상화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처럼 관객의 감성을 압도할만한 악구(樂句)는 보이지 않았다. 18분의 짧지 않은 연주 시간 내내 반복되는 구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도 들었다. 일부 관객은 타악기 연주가 필요 이상으로 잦았다며 현대음악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정재일의 신작 '인페르노'는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로 한 차례 더 관객을 만난다. 다음 달 27일에는 세계적인 공연장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계 무대에 데뷔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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