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거마비, 기본 1000만원부터” ‘정교일치’로 무너진 한학자의 통일교
‘리더십 제고·위상 구축’ 필요성으로 ‘천주평화연합’ 통해 여야 정치권 관리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특검 정국의 창끝이 종교단체를 향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등으로 교세를 확장한 통일교 1인자 한학자 총재는 윤석열 정부와 관련된 정교유착 의혹으로 결국 구속됐다. 종교단체 지휘부가 공개 소환되고 구속된 건 이례적이다. 교단 고위 간부의 김건희 여사 청탁용 선물 제공 의혹에서 시작된 사건은 100억원대의 20대 대선(2022년 3월)자금 지원 문제로 비화했다.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의 국정농단 여부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검 수사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통일교는 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집권 세력에 그토록 밀착해야만 했을까. 현재까지 드러난 조사 결과와 시사저널이 접촉한 관계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문선명 1대 총재 사후 불거진 교단 내부 갈등, 한 총재의 리더십 제고 등 복합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과정에서 통일교가 여야 정치인들을 두루 관리해 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회의원에 대한 거마비는 100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 총재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세뱃돈으로 100만원을 줬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통일교의 정치권 인맥, 여야 가리지 않았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총재는 20대 대선 직전인 2022년 2~3월 권성동 의원에게 건넸다는 자금과 관련해 "세뱃돈으로 준 100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접촉한 교단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가끔 교인들에게 50만원부터 100만원, 300만원 등 '용돈'을 주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보다 배 이상은 받는다. 교단 차원에서 여러 행사를 많이 한다. 이때 오는 정치인들에게 봉투에 담겨 지급되는 거마비는 기본 1000만원부터 시작된다. 현재 논란이 된 권 의원뿐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ㅇㅇㅇ 더불어민주당 의원부터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ㅇㅇㅇ 전 민주당 의원 등도 교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들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한 총재가 20대 대선 전부터 내부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말하니 문제가 된 것이다. 100억원대 대선자금 지원 문제는 이전부터 불거지기도 했다."
가정연합과 정치권 인맥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게 교단 유관기관 '천주평화연합(UPF)' 측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교단 세계본부장(2020~23년) 윤영호씨와 권 의원의 첫 만남 자리에 동석한 이도 UPF 측 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UPF를 이끈 인사가 한 총재의 배우자 고(故) 문선명 1대 총재 때부터 종교단체의 일반적 활동을 겸해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소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정연합 측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 중이라고 한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무장관 및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가 9월4일(현지시간) 한 총재 수사에 대해 '종교 자유 침해'라고 비판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한 총재는 9월23일 △2022년 1월 권 의원에 대한 1억원 지원(정치자금법 위반) △전 세계본부장(2020~23년) 윤영호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 측에 1000만원대 안팎 샤넬 가방 두 개와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 제공(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청탁금지법 위반) △2022년 10월 권 의원으로부터 해외 원정도박 의혹 수사 정보 입수 후 관련 자료 폐기 지시(증거인멸 교사)와 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특검팀은 나아가 2022년 2~3월 권 의원에게 건넨 자금 등 추가 혐의도 쫓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무관하게 1회 100만원(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한 총재의 입장은 설 명절 시기에 세뱃돈으로 100만원을 준 건 위법이 아니라는 취지다.
한 총재의 해명과 달리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자금 지원 의혹도 더해졌다. 교단이 가정연합의 20대 대선 직전 한 총재 지시로 대선 지원금 100억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가정연합 측은 즉각 "어떠한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대선 지원금 100억원을 마련한 적이 없다"며 "한 총재가 이런 지시를 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씨가 이끌었던 세계본부 내 회계자료와 관련 진술 등이 나오면서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3남에게 뺏긴 여의도 파크원 되찾는 노력도
한학자 총재는 어쩌다가 결국 구속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흔히 통일교라고 불리는 가정연합은 1954년 한국에서 창시됐다. '통일교회,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고도 불렸다. 1968년 국제승공연합을 창립해 공산주의 비판 등 각종 반공운동을 전개했다. 1970년부터는 가정의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교리를 토대로 대형 합동결혼식을 거행했다.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둠과 동시에 기독교적 색채를 띠면서도 축복 결혼 등 독자적 교리를 발전시킨 셈이다. 2012년 문선명 1대 총재 사후 한 총재는 '하나님의 독생녀(한 총재 지칭),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존재이자 재림 메시아'라는 새 교리를 내놨다. 2020년부터는 하늘부모님성회로 불리고도 있다.
가정연합은 국외로 교세를 확장했다. 1980년대 들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에 워싱턴타임즈·세계일보 등 언론기관을 설립하거나 대학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사회사업과 종교 운동을 이어간 것이다.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방을 단행하자 이들 나라에 대한 선교활동에도 나섰다. 현재 가정연합은 세계적으로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신도를 거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신도들에게서 거둬들이는 헌금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발생했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문선명 1대 총재의 사망 이후 한학자 총재의 새로운 리더십 문제를 비롯해 자녀들과의 갈등, 한 총재가 교단 자산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총재는 10대 나이 때 결혼한 후 14명의 자녀를 뒀다. 현재 가정연합에선 한 총재 외에 3남 문현진, 7남 문형진 등으로도 세(勢)가 나뉘어졌다. 특히 한 총재와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는 문현진 측에 패소한 여의도 파크원 건물 등 일부 자산을 되찾으려 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씨의 개인적 욕망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는 한 총재의 리더십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밀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통일교, 100억 대선자금 지원설에 "사실무근"
실제 관련 소송도 추진됐다. 윤씨는 2022년 5월 교단 내부 행사에서 "3월22일 대통령(당시 당선인)을 한 시간 독대했다"고 말했고, 이후 준비한 소장에서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를 맡아 파크원 건물 등 신축 개발을 수행한 모 주식회사의 지분을 (문현진 측에) 뺏긴 만큼 이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총재의 반대편에 선 문현진 등 세력이 10여 년 전 증여계약 등의 방식으로 교단 자금을 해외 법인으로 보냈고, 이로 인해 국내 알짜 자산도 침탈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씨는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소장을 접수하려 했다. 그러나 2023년 5월 그가 세계본부장직에서 물러난 후 계획은 무산됐다.
가정연합이 과거 '반공'에 중점을 둔 까닭에 보수 색채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선 "한 총재의 첫째 며느리 부친인 통일재단 측 관계자는 지난 20대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후보)을 밀려고 했다"는 뒷이야기도 존재한다. 그러나 교단 1인자 한 총재가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이는 무산됐다. 가정연합이 정치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왔지만, 총재가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뽑으라고 말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일부 교인의 경우 본인 동의 없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된 사실이 드러난 점은 특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검팀이 들여다보고 있는 2023년 3월 전당대회 전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당원 가입 의혹과 맞물린다. 전당대회뿐 아니라 20대 대선 전에도 일부 교인이 당원으로 가입됐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에서 통일교의 교세가 위태롭게 된 게 이번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2022년 아베 전 총리 암살 용의자는 자신이 공격을 감행한 직접적 원인이 자기 모친의 가정연합에 대한 과도한 기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법원은 올해 초 자국 종교법인법에 근거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과 맞물려 일본 측 헌금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 총재와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전 총재 비서실장) 등 지도부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의혹이 2022년 11월 일본 '주간문춘'을 통해 보도됐다. 한 총재 등 교단 지도부가 2008~11년 64억 엔, 우리 돈으로 600억원을 도박에 썼다는 취지다.
82세 고령인 한 총재는 9월17일 첫 특검 조사 후 권 의원에 대한 자금 지원 등과 관련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특검팀과 교단 안팎에서는 한 총재가 교단을 이끌기 위해 정교일치 이념 실현을 비롯해 리더십 확보에 나서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10여 년간 총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정 부원장 등 측근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진술들도 나오고 있다.
종교단체 1인자까지 구속되자 외신들의 취재 열기는 가열됐다. 가정연합 측은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9월23일 새벽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후 알려진 100억원 대선자금 지원설 등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한 총재 구속은 교단 이념인 '정교일치(政敎一致)'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적 가치 훼손 여부는 사법부의 심판대에 놓였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